영어강사 레이나(본명 김효은·34)는 10대 시절 라디오 프로그램 ‘굿모닝 팝스’ 애청자였다. 특히 중학생 시절에는 매일 이 방송을 테이프에 녹음해가며 즐겨 들었다. 학교를 오갈 때면 굿모닝 팝스를 들으며 음악을 즐겼고 영어를 익혔다. 사춘기 시절 그에게 이 프로그램은 둘도 없는 친구였다.
그리고 약 20년이 흘러 레이나는 KBS 쿨FM(89.1㎒)에서 방송되는 굿모닝 팝스의 새 DJ가 됐다. 그는 지난 6일부터 매일 아침 6∼7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최근 서울 여의도 KBS에서 만난 레이나는 “굿모닝 팝스 DJ가 되는 건 내 인생의 꿈이자 가장 큰 소원이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첫 방송을 앞두고 ‘이런 말을 해야지’ 생각하며 준비를 많이 했는데, 막상 방송이 시작되니 머릿속이 하얘지더군요. 마이크 앞에 앉을 때는 말 한 마디도 신중하게 내뱉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말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청취자분들께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매일 아침 6시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이어서 기상 시간도 남들보다는 빠를 수밖에 없다. 레이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 뒤 5시10분쯤까지 방송국에 도착한다. 대본을 미리 읽다보면 소개해야 할 팝스타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할지 잘 모를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원어민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본다. 영어 프로그램인 만큼 스쳐지나가는 영어 발음 하나도 정확히 하고 싶어서다.
“굿모닝 팝스 애청자들은 매일 새벽 이 프로그램을 찾아드는 분들이잖아요? 부지런하고 자기 삶에 대한 열정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이 분들을 상대로 뭔가를 가르치려하기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고, 그러면서 응원과 격려도 주고받는 DJ가 되고 싶어요.”
레이나의 이력을 훑어보면 특이한 구석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해외 생활 경험이 거의 없다. 2008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2개월간 TESOL(국제 영어교사 양성 프로그램) 과정을 수료한 게 전부다. 레이나는 “외국에서 제대로 살아본 경험이 없다는 게 과거엔 큰 콤플렉스였다”고 털어놨다.
“TESOL 과정을 밟으러 미국에 간 것도 콤플렉스 때문이었어요. 3년간 부은 적금을 깨서 그 돈으로 미국에 갔었죠. 돈 아끼려고 베이글에 크림치즈만 발라 먹으며 끼니를 때우곤 했어요.”
1988년 첫 방송된 굿모닝 팝스는 라디오 방송 중 대표적인 장수 프로그램이다. 특히 과거 DJ를 맡은 인물 중에는 10년간 마이크를 잡은 터줏대감들도 있었다. 1990년부터 2000년까지 방송을 진행한 오성식, 2007년부터 최근까지 마이크를 잡은 이근철 등이 대표적이다.
레이나는 “전임 DJ들에 비하면 나는 갈 길이 구만리인 진행자”라며 웃었다. “오성식 선생님이나 이근철 선생님처럼 방송을 재미있게, 오래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거 같아요. 두 분에 비하면 저는 내공이 정말 약한 진행자죠. 하지만 열심히 하다보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KBS 라디오 ‘굿모닝 팝스’ 새 DJ 레이나 “10대 때 굿모닝 팝스 애청… 내 인생의 꿈 이뤘어요”
입력 2017-02-13 18:19 수정 2017-02-13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