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10시30분쯤(현지시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골프를 치고 만찬을 하던 중 날아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 때문이었다. 북한을 규탄하는 아베를 지켜보는 트럼프의 모습에는 당혹감과 불쾌감이 역력했다.
아베의 방미 일정과 미·일 정상의 만찬 행사를 취재하던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언론들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도발에 어떻게 대응할지 초미의 관심을 보였다. 기자들은 오후 8시쯤 만찬장으로 들어서는 트럼프에게 2시간 전 이뤄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반응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트럼프는 처음엔 아무 답변을 하지 않고 만찬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백악관 관계자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 사실을 알고 있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트럼프는 마이크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보고받은 뒤 결국 아베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만찬장을 나섰다. 그가 회견장에서 한 말은 매우 짧았다. “미국은 언제나 일본과 함께하겠다”는 한마디가 전부였다. 트럼프와 아베는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고 곧바로 회견장을 떠났다.
트럼프의 발언은 간결했지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미 국방부 등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트럼프를 수행 중인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하는 등 한·미 간 협의체계를 긴밀하게 가동했다. 백악관은 별도로 북한을 성토하는 강도 높은 성명을 발표키로 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백악관은 일단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쏜 것이 아니어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술책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며 “미국이 북한의 노림수에 쉽게 말려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미·일 정상회담 도중에 이뤄진 미사일 발사는 트럼프에게 매우 부정적 인상을 심어준 것은 분명하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더욱 강경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선제타격이나 정권교체 등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최근 미 상원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며 “무력시위와 제재 강화, 외교적 해결 등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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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내 선제타격론 거세질 듯
입력 2017-02-13 0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