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다시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나온다. 지난달 19일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25일 만의 재소환이다. 이 부회장은 당시 영장실질심사 후 서울구치소에 인치됐다가 풀려났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검 수사 성패가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 간 뇌물 거래 의혹 규명에 달린 만큼 1차 수사기간 종료 전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방침이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 부회장의 경우 영장기각 후 약 3주 간 추가 조사가 이뤄졌다. 추가 확인된 부분에 대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날 삼성그룹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피의자로 소환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특검팀은 최근 확보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업무수첩 39권에서 삼성 특혜 의혹과 관련된 추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공정거래위원회를 압수수색하고 8일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소환하는 등 빠른 행보를 보였다. 10일 정재찬 공정위원장과 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을, 11일 안 전 수석을 소환해 조사했다. 12일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참고인으로 불렀다.
특검은 2015년 10∼12월 공정위가 삼성SDI의 삼성물산 주식매각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 청와대가 관여한 정황을 포착했다. 삼성물산 합병법인은 2015년 9월 출범했다. 공정위는 같은 해 10월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 1000만주를 매각해야 한다고 결론내리고 위원장 결재도 마쳤다. 그런데 12월 공식 발표 때 주식 수가 500만주로 줄었다. 특검팀은 공정위 실무자의 업무일지에서 청와대가 이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청와대 비서관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이 청와대 의견을 공정위에 전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 차관은 12일 특검팀에서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청와대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조직적 지원에 나선 것으로 보고 보강수사를 벌여 왔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결정 이후에도 청와대가 삼성 민원 해결에 나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삼성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를 위해 35억원을 송금하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한 배경에는 대가관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삼성 측은 그동안 삼성물산 주식 매각 의혹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반박 입장을 내는 등 이 부회장 소환에 대비해 왔다. 삼성은 공정위 결정과 관련해 어떤 특혜도 받은 사실이 없고, 주식 처분도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자발적으로 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에 1000만주는 규모가 너무 많다는 의견을 전달한 적은 있지만 일반적인 업무에 속한다는 주장이다. 청와대에 관련 민원을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수사에서) 뭐가 더 나왔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박 대통령 수사가 어려우니까 거물을 들여보내 국민들 마음을 달래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나성원 심희정 기자 naa@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특검, 安 수첩서 추가 정황 포착… 이재용에 칼 겨눈다
입력 2017-02-12 17:36 수정 2017-02-12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