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 전환 피하기 위한 기간제 근로자 꼼수 해고 안돼”

입력 2017-02-12 18:34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토록 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법’(기간제법)을 피하려고 1년씩 계약을 갱신한 기업의 꼼수에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비정규직을 보호하려는 기간제법의 취지를 악용해선 안 된다는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A씨가 현대엔지니어링을 상대로 낸 해고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2004년 7월∼2012년 회사와 1년씩 근로계약을 갱신하며 건설현장 감리 업무를 했다. 현장을 옮기기도 했지만 업무는 동일했다. 2012년 이후 회사는 A씨에 3개월 안팎의 초단기 근로계약을 제시했다. 회사가 요구해 두 차례 사직서를 내기도 했다.

A씨는 2015년 5월 회사로부터 근로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 그는 “2007년 7월 시행된 기간제법에 따라 2009년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으므로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회사 측은 “기간제법의 예외 규정을 따랐을 뿐”이라며 반박했다.

1심과 2심은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A씨의 건설현장 업무가 기간제법 제4조 1항에서 규정한 ‘사업 완료·특정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이 조항은 특정 업무를 위해 계약했을 경우 2년을 넘겨도 계속 비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대법원은 이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회사 측은 자신들이 수주하는 건설 공사의 감리 용역을 위해 A씨와 근로계약을 유지하면서 무기계약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형식적인 근로계약을 반복 갱신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