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 높이는 ‘촛불’ VS 뒤집기 나선 ‘태극기’

입력 2017-02-12 18:38 수정 2017-02-12 21:05
촛불을 든 시민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5차 촛불집회’에서 조기 탄핵과 특검 연장을 외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제12차 탄핵무효 태극기 애국집회’를 찾은 시민들이 중구 대한문 앞에서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모습. 뉴시스

거센 칼바람 때문에 체감온도는 영하 2도의 기온보다 훨씬 더 낮았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주말 집회 열기는 고조됐다.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다가오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도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도 긴장이 높아지는 분위기였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1일 전국에서 80만6000명(서울 75만명, 지역 5만6000명)이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고 추산했다.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태극기집회에 210만명이 모여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공식 추산하지 않는다. 촛불집회는 오후 7시를 전후해 광화문에서 청계천광장까지 차지했고, 태극기집회는 오후 3시쯤 대한문에서 서울시의회까지 메웠다. 경찰은 광화문 일대에 196개 중대 경력 1만5600명을 배치해 양측의 충돌을 막았지만 태극기집회에서 일부 취재진이 폭행을 당했다.

촛불, 올해 최대 규모

퇴진행동은 지난주보다 약 2배 많은 80만여명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올해 들어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가 열렸다고 밝혔다. 지난달 14일 집회 참가인원이 14만명까지 줄어 다소 주춤했던 촛불집회가 전력을 재정비한 셈이다. 야당 인사들도 총출동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우상호 원내대표, 추미애 대표 등이 오후 5시쯤 촛불집회에 합류했다. 이들은 세종대왕상 앞에 앉아 ‘조기탄핵’ ‘특검연장’이 쓰인 팻말을 들었다.

제15차 범국민행동 사전집회는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사전집회 참가자 700여명(주최 측 추산)은 전날 오후 3시부터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서 출발해 이날 오후 4시40분쯤 광화문광장에 도착했다. 오후 6시에 본집회가 시작되고 1시간이 지나자 광화문부터 서울파이낸스센터 앞까지 시민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대학원생 민지홍씨는 광화문광장 무대 위에 올라 “벌써부터 언론에서 박근혜, 최순실 말고는 보도하지 않는다고 지겨워하는 친구들이 있다”며 지쳐 있는 사람들이 촛불을 들 수 있도록 격려하자고 말했다. 용인에서 온 김기민(45)씨는 “헌재가 결정을 지연해 불안하다. 혹시 기각될까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빨리 잘못을 인정하고 내려와서 국민에게 사과하는 상식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사원 신모(29·여)씨도 “지지부진한 탄핵 결정을 지켜볼 수만은 없어 춥지만 오늘도 나왔다”고 했다.

정월대보름인 이날 오후 7시20분쯤 붉은색 풍등이 광화문광장 위로 떠올랐다. 축구공 크기만한 풍등에는 ‘퇴진’이라고 적혀 있었다. 참가자들은 오후 7시30분부터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방면으로 행진했다.

퇴진행동 측은 오는 18일과 25일 대규모 촛불집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시민의 참여를 호소했다. 특검 수사기간을 연장하고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 인용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세 불리는 태극기집회

태극기집회는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시작됐다. 1시간이 지나자 시청역과 서울광장, 서울시의회까지 태극기로 가득찼다. 참가자들은 ‘계엄령 선포’ ‘문재인 종북빨갱이’ ‘국회를 해산하라’ 등의 팻말을 들었다.

연설자의 발언 수위도 높았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연단에 올라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호스트바 ‘남창’ 고영태가 사기를 저지른 ‘남창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을 연장하기는커녕 특검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기국은 판세가 바뀌고 있다면서 탄핵 기각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기세를 몰아 다음 달 1일에는 ‘3·1 총동원령’을 내려 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들도 참가한 100만 맞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새누리당 김진태 윤상현 조원진 의원과 이인제 전 최고위원 등 여당 의원들도 이날 태극기집회에 모습을 나타냈다.

탄기국은 “어떤 경우에도 비폭력 집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일부 참가자는 취재 중이던 기자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한 방송사 수습기자는 집회 참가자들이 휘두른 주먹과 태극기 봉에 얼굴 살갗이 찢기는 부상을 입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단 시민에게 욕설을 퍼붓는 이도 있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