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소 구제역 확진 농가가 5곳으로 늘었다. 정부의 일제조사에서 항체 형성률이 88%로 나온 농가인데도 구제역이 발병했다. 충북 보은에선 4번째 구제역 의심 증상을 보이는 소도 발견됐다. 또 정부가 돼지 백신을 2회 접종해야 효능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관련 고시에 1회 접종만 규정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제역 백신 접종 관리가 허점투성이인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충북 보은군 송현리의 한우농가를 역학조사한 결과 O형 구제역으로 확진됐다고 12일 밝혔다. 이 농가는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보은군 마로면 젖소농장에서 450m 정도 떨어져 있다. 이번 구제역 확진 판정 5건 가운데 3건이 보은군에 집중되면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첫 구제역 발생 농가에서 2.4㎞ 이내 위치한 한우농가에서 3마리가 이날 의심 증상을 보여 역학조사도 진행 중이다.
정부가 구제역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지만 확산 일로다. 특히 이동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방역대(구제역 발생 농가에서 3㎞ 이내) 안에 있는 한우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함에 따라 ‘전파에 따른 감염’ 가능성이 높아졌다. 초동 대응이 허술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또한 정부의 구제역 백신접종 관리가 엉망이라는 지적이 빗발친다. 5번째로 확진을 받은 농장의 경우 11일 한우 6마리가 의심증상을 보여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이 농장은 인근에서 처음 구제역이 발생한 뒤 진행된 일제조사에서 항체 형성률이 87.5%가 나왔다. 항체 형성률이 100%인 보은군의 다른 한우농장에서도 5마리가 의심증상을 보였다.
그동안 정부는 구제역의 경우 조류인플루엔자(AI)와 달리 백신이 있는 만큼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항체 형성률이 높은 농가에서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물백신’ 논란은 커지고 있다. 일선 농가에서는 농가 탓만 하는 정부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한다.
여기에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가 2회 접종이 권장되는 새끼돼지 백신 접종을 1회 접종으로 규정하는 등 허술하게 백신 접종을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제역 백신 허가 부표’를 보면 새끼돼지는 8주령에 1차 접종을 하고 4주 후 재접종하도록 돼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 유행 지역에선 매 4주 추가 접종을 하라고 명시돼 있다. 반면 농식품부는 관련 고시에서 새끼돼지는 8∼12주령에 1차만 접종하도록 해 스스로 허가한 백신사용 지침보다 완화했다.
정부 실험에서도 1회 접종은 항체 형성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얼사 계열 돼지용 구제역 백신 현장적용 실험 결과에 따르면 1회 접종한 돼지는 항체 형성률이 5∼30%로 낮았다. 지난해 긴급 백신으로 일부 도입된 러시아·아르헨티나산 백신도 항체 지속 유지를 위해 2회 접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제역 발생으로 살처분된 소는 11일 밤 12시 기준으로 전국 16개 농장 1196마리(예방적 살처분 11개 농장 695마리 포함)에 이른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항체형성률 88%’ 농가서 5번째 구제역
입력 2017-02-12 17:55 수정 2017-02-12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