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재검토하는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공약 중 눈여겨볼 대목은 사회서비스·공공의료 분야를 책임지는 공단을 만드는 것이다. 공단은 공공서비스 확대와 일자리 창출 기능을 수행하는 현장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이외에 청년층을 대상으로 소방·경찰공무원 등을 증원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당초 공약에 포함됐지만 실현 가능성 등의 이유로 전면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 방안이 큰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문 전 대표 측은 일자리 81만개에 필요한 예산이 5년간 21조5000억원 규모여서 ‘순증 예산’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최소금액만 산정한 수치다. 공무원 채용에 따른 연금 등 추가지급분, 사회서비스·공공의료공단 운영에 따른 각종 관리비용은 한번 투입하면 쉽게 줄이기 어려운 고정비용이다. 전문가들은 재정부담을 고려해 일자리예산의 재조정과 함께 공공부문 시스템 개혁 등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문 전 대표의 공공부문 일자리 공약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전국 각지에 아동보육·노인복지·장애인재활을 책임지는 사회서비스공단, 공립병원 설립과 채용을 감독하는 의료공단을 세우는 게 주요 골자다. 관련 일자리 목표치는 30만명이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12일 “민간 어린이집의 경우 대부분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는데도 보육교사 연봉이 15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국공립으로 전환할 경우 연봉을 2500만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엔 정부 보조금이 보육교사 등 직원의 처우 개선으로 잘 연결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문 전 대표 측은 또 여건이 열악한 복지시설의 경우 공단이 책임지고 관리하는 게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의료서비스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에 국공립병원을 짓고 간호사 등 핵심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의 ‘보호자 없는 환자안심병동’을 방문해 환자와 가족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고 간호인력을 늘리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공 의료망 확대에 동의하면서도 관리시스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자칫 공립병원이 예산 낭비와 비효율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은 “공립병원의 경우 극빈층을 주로 진료하다보니 채산성이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사전평가를 강화해 지역별 인구 구조를 세밀히 분석한 뒤 병원을 분야별로 특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초 일자리 공약에는 청소·경비직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큰 줄기로 포함됐다.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계약조건을 개선하면 임금 등 여러 면에서 좋은 일자리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향후 조정 과정을 거쳐 향후 발표될 일자리 공약 수정안에서는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캠프 내부에서도 “청소·경비직 등 비정규직 40만명을 5년 내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게다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일자리 창출보다는 노동권 강화 공약과 어울리지 않느냐는 것이다. 문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당초 발표된 방안에는 민주당에서 지난 선거 때 발표했던 주요 공약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최종 조율을 거쳐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민주당이 지난해 4·13 총선공약으로 내세웠던 법정근로시간(주 52시간) 법제화, 육아휴직제 강화 등 ‘일자리 나누기’와 관련한 방안을 중심으로 재검토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논란이 커졌던 공무원 신규 채용은 10만∼20만명 규모로 파악됐다. 소방·경찰관,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군 부사관 등이 포함된다. 대다수는 청년 일자리이며 5년간 총 9조9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18일 일자리 공약 발표 당시 “2020년 이전까지는 베이비부머 세대 자녀들인 청년층이 일시적으로 급격히 늘어난다”며 “향후 몇 년간은 청년 일자리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무원 채용은 변수가 많다. 당장 공무원 연금 등 추가 비용이 거론된다.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민성장’ 관계자는 “공무원 연금 등 추가 비용이 3조원가량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감안해 정권 초반에 공무원 채용을 늘리면 인건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백상진 정건희 기자 sharky@kmib.co.kr
[文 일자리 공약 재조정] 사회서비스·공공의료 컨트롤타워 ‘공단’ 만든다
입력 2017-02-12 17:50 수정 2017-02-12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