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한강선착장 트리타니아호 선내. 200여명이 긴 테이블을 앞두고 마주 앉아 있었다. 이들은 모두 책을 펴들었고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직장에서 ‘나는 그리스도인입니다’라고 고백해야 옳은 걸까. 어떤 사람은 괜히 그리스도인 것을 밝혔다가 조금 잘못 행동하면 예수님을 욕 먹인다는 생각이 들어서 밝히지 않는 쪽을 택한다. 또 다른 어떤 사람은 밝히면 스스로 행실을 조심하게 된다는 이유로 밝히는 쪽을 택한다.”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내레이터는 G&M글로벌문화재단 문애란 대표의 저서 ‘출근하는 그리스도인에게’의 일부분을 읽었다.
문 대표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미인은 잠꾸러기’ 등의 광고 카피로 유명한 국내 여성 카피라이터 1호다. 1975년 제일기획에 공채로 입사해 활약하다 광고회사 웰콤을 설립했다. 이후 국제어린이양육기구인 컴패션 최고운영책임자를 지냈다. 이 책은 그동안 일과 신앙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했던 내용을 쓴 것이다.
방송인 정선희씨의 사회로 진행된 저자와의 만남에서 문 대표는 “광고계에서 잘 나갔고 컴패션에서도 책임자였다고 하니 나를 굉장한 사람처럼 생각한다”며 “사실은 내면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내가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잘못 알았던 하나님, 그리고 나중에 제대로 알게 된 하나님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정씨는 “나는 하나님께 기도하고 그것이 이뤄지면 ‘잘 빌어서 그렇다’, 또 안 이뤄지면 ‘벌을 받고 있나’라고 이분법으로 생각했다”며 “하나님에 대한 문 대표의 오해가 크게 공감된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문 대표는 절망적인 경험들을 내놓았다. “자기와의 싸움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지난 20년간 아침마다 새벽기도를 했고 주일성수를 했고 헌금도 엄청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 되는 줄 알았고 하나님에게 보상받을 줄 알았는데, 하나님을 제대로 몰랐습니다. 그래서 헛발질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향해선 무엇이든 시작하라고 격려했다. 문 대표는 “취업을 준비하는 기독청년들은 하나같이 하나님 뜻을 구하는 중이라고 한다”며 “아무것도 안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구한다고 하는데, 일할 곳은 많다. 그러니 뭐든 시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는 G&M글로벌문화재단이 지원하고 있는 ‘JSU(Just Show UP) 북클럽’의 리더 모임이었다. JSU 북클럽은 세계적인 신학서적 및 신앙서적을 눈으로 읽고 동시에 귀로 들으면서 깨달은 것을 서로 나누는 모임으로 전국에서 각기 다양한 이름으로 800여개가 활동하고 있다.
정씨는 JSU 북클럽 ‘귀쫑’ 회원이다. 그는 “그동안 크리스천 모임은 지루하고 뻔하고 숙제가 많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절망에 빠졌을 때 귀쫑을 통해 하나님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배가 숙제가 아니고 축제라는 것을 알았다”며 “우리 멤버들은 북클럽에 오면 다들 울고 간다. 나도 맏상주처럼 운다”고 소개해 웃음을 자아냈다.
글=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책 함께 편 200여명 ‘일과 신앙’ 고민 나눠
입력 2017-02-13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