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2일 고체연료 엔진을 탑재한 무수단급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연초부터 미국과 ‘강 대 강’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필두로 미 고위 관리들의 대북 강경 발언에 고강도 도발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이 완성 단계라고 주장하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 시점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직후로 잡았다.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한 한·미·일 공조를 재확인한 미·일 정상에게 보란듯 도발했다. 앞서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거론한 대북 선제타격 등 군사적 옵션을 거론한데 대한 대응 차원이기도 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일 정상회담에 맞대응하는 북한의 무력시위”라며 “오는 16일이 김정일 생일 75주년이어서 축포로 활용하려는 의미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여기서 기술적 발전이 더 이뤄지면 ICBM이 된다. 언제 어디서든 ICBM을 발사하겠다는 위협이 빈말이 아니라는 북한의 과시”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핵실험 두 차례, 탄도미사일 24발 발사 등 전례 없는 도발을 이어갔다. 하지만 미 대선과 탄핵 국면 등 한반도 주변 정세가 유동적으로 흐르면서 도발을 멈췄다. 미국 신행정부 출범, 남한 정권교체 이후의 대북 유화 국면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이후 북한은 정중동(靜中動)의 태도로 미국과 탐색전을 벌였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북·미 물밑 접촉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켜보겠다(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며 유화 제스처를 보내면서도 새해 첫날에는 “ICBM 시험발사가 마감 단계(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라고 위협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팔짱만 끼고 가만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라며 “이번 도발은 북·미 간 기싸움과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 끌어올리기 차원에서 충분히 예견됐다”고 말했다.
북한은 다음달 예정된 한·미 합동 군사훈련 등을 빌미로 군사적 긴장 수위를 더욱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 개량형 무수단 미사일을 활용해 탄두 재돌입 시험과 핵탄두 폭발 시험을 실시하며 트럼프 행정부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을 함께 실시해 ‘핵 운반수단의 다종·다양화’를 과시할 수도 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 공언대로 북한이 ICBM까지 발사할 수 있을지는 관측이 엇갈린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은 그동안 ICBM 발사는 결코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해 왔다”며 “기술 확보를 위한 ICBM 시험발사를 올해 안에 강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ICBM을 쏴놓고 탄착점이 확인되지 않거나 대기권에 진입하다 폭발한다면 ICBM 카드를 잃는 셈이 된다. 따라서 당분간 ICBM만큼은 주머니에 넣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北, ‘ICBM 카드’ 숨기고 트럼프와 기싸움
입력 2017-02-12 18:22 수정 2017-02-12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