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 보수정당 공멸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야권 주자들이 대선 국면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변신 시도는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악의 위기에 내몰린 새누리당은 내심 ‘태극기집회’ 등 강경 보수층에 기대는 모습마저 보인다. 독자 세력화에 난항을 겪고 있는 바른정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 시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총사퇴’라는 배수진까지 쳤다.
새누리당은 12일 당명 교체에 이어 당 로고를 ‘횃불’로 변경키로 했다. 친박(친박근혜) 인사 징계 등 쇄신 작업도 진행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최근 태극기집회를 계기로 전면에 나선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김문수 비상대책위원 등 친박 인사들이 주목을 받았다. 친박계가 앞장선 태극기집회로 반전을 모색하는 듯한 기류까지 감지된다. 김진태 의원은 “이제 판이 뒤집어졌다”고 주장했다. 당 고위 관계자는 “집회 현장에서 공개발언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면서도 “당 지도부가 개인적으로 태극기집회에 참석하는 것까지 제재할 수는 없다”고 애매한 반응을 보였다.
태극기집회에 대한 새누리당 지도부의 모호한 스탠스는 위기에 빠진 집권여당의 처지를 방증한다.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더라도 최소한의 지지층을 안고 가야 훗날을 모색할 수 있다는 속내가 보인다는 의미다. 출마 여부가 불투명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지율 상승에 고무되거나 새누리당에서 우후죽순처럼 대권 출마 선언이 잇따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외대 이정희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누리당이 외형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이려 해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국민 정서를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의 위기는 존재감 상실에서 비롯됐다. 바른정당은 창당 초기 10%대 이상으로 지지율 상승을 기대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선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에 밀리기까지 했다. 현직 국회의원 32명(10.7%)으로 구성된 바른정당이 대표성을 잃고 정체성마저 불분명하다는 공격에 직면했다. 대선 국면에서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등 바른정당 대선 주자들은 지지율 답보 현상을 보이고 있다.
바른정당은 12일 오후 늦게까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소속 의원과 원외당협위원장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토론회를 열고 위기극복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직후 오신환 대변인은 “만약 탄핵이 기각되면 탄핵 추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총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른정당에선 보수 후보 단일화론뿐 아니라 국민의당과 손을 잡는 시나리오까지 나돌았지만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이라는 비판이 더 컸다. 정병국 대표는 “촛불과 태극기가 대립하는 가운데 우리 당은 양쪽으로부터 다 관심을 못 받고 있다”며 “일희일비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다보면 국민의 관심을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싸늘한 민심… 갈라진 보수 ‘공멸’ 위기감 확산
입력 2017-02-13 0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