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노병 왕치(78)씨는 11일 오후 중국 산시성 시안의 셴양국제공항에 내렸다. 국경을 잘못 넘어가는 바람에 54년 동안 인도에서 지내다 원소절(元宵節·정월대보름)을 맞아 드디어 고향 땅을 밟았다. 왕씨는 마중 나온 형제자매들의 손을 붙잡고 “드디어 고향에 왔다”며 눈물을 흘렸다. 접경 지역에서 측량병으로 근무하던 왕씨는 중국과 인도의 국경분쟁이 끝난 직후인 1963년 1월 숲에서 길을 잃고 인도로 잘못 들어갔다. 간첩죄로 체포돼 7년간 수감생활을 한 왕씨는 석방 뒤에도 사실상 연금(軟禁) 생활을 했다. 현지 공장에서 일하며 인도 여성과 결혼해 자녀 4명을 뒀다.
고향을 잊지 못하던 왕씨는 가족들에게 편지를 보내며 생사를 알렸다. 2013년 드디어 중국 여권과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전쟁포로 신분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출국이 불허됐다. 그러다 최근 인도 외교부의 출국 허가증을 받고 귀향이 성사됐다. 왕씨의 귀향길에는 인도에서 낳은 아들 가족이 함께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길 잃고 印국경 넘은 中 노병, 54년 만의 귀환
입력 2017-02-13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