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호남서도 대세” vs 안희정 “노무현의 적자”

입력 2017-02-12 18:33 수정 2017-02-12 21:10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전북 전주혁신도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서 공단 직원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혁신도시 발전 방안 등을 밝혔다. 뉴시스
안희정 충남지사가 12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님을 위한 행진곡’ 주인공인 윤상원 열사 묘비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호남에서 격돌했다. 문 전 대표는 전북에서 세몰이를 하며 ‘전북 특화 메시지’를 내놓았다. 안 지사는 ‘노무현의 적자’를 자임하며 대북송금특검을 정면으로 거론했다.

전날 대구와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문 전 대표는 12일 하루 종일 전주에 머물렀다. 민주당 김춘진 전북도당위원장과 이상직 전 의원(전주을 지역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들도 대거 배석시켰다. 문 전 대표는 전북기자협회 기자간담회에서 “노무현정부에서 광주·전남과 전북을 구분해서 생각하지 않아 (전북이) 상대적으로 소홀함을 경험했을 수 있겠다. 안타깝다”며 “호남 홀대나 호남 소외라는 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호남의 지지 없이 어떻게 (대선이) 가능하겠느냐”고도 했다. 그는 지지자 7000여명이 몰린 지지모임 ‘새로운 전북포럼’ 출범식에서 “(전북 숙원 사업인) 새만금사업에 예산을 집중 투자해 조기에 완성시키고, 매립 방안도 공공 주도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전 대표가 한껏 몸을 낮춘 것은 경선을 앞둔 전략적 선택이다. 민주당 첫 경선지인 호남에서 1위를 내줄 경우 대세론이 흔들릴 뿐 아니라 ‘호남 지지 철회 시 정계은퇴’ 발언에 다시 발목이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호남은 전통적으로 정권교체가 가능한 후보에게 전략적 선택을 해 왔다”며 “대세론을 더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광주·전남에서 노무현정부 시절의 대북송금특검 입장을 밝혔다. 일종의 정공법이다. 안 지사는 전날 전남 목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북송금특검은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의 요구였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강력 반발하자 안 지사는 이날 광주에서 “햇볕정책을 추진한 분들이 겪은 고초에는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수위를 조절했다. 안 지사 측은 “대북송금특검은 친노(친노무현)계와 호남이 갈라서게 된 근원”이라며 “노무현의 적자로서 언젠가는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기 때문에 취재진의 질문을 피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지사의 최대 과제는 호남에서 ‘문재인 대세론’을 최대한 빨리 꺾는 것이다. 첫 경선지인 호남에서 역전해야 다음 경선지인 충청에서도 돌풍을 기대할 수 있다. 그는 “목포와 광주를 이틀간 다녔는데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아무도 예상치 못한 정권 재창출 신화를 썼고, 저도 기적의 역사를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제20대 총선 호남 석권에도 호남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국민의당은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를 모두 비판하며 각을 세웠다. 박지원 대표는 안 지사를 겨냥해 “그 집 식구들이 거짓말한다. 이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할 수 있는 말인지 지탄받아야 한다”고 했다. 김경록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 1, 2등 대선 후보들의 인식이 이 정도로 교활하고 유치하다는 게 놀랍다”고 지적했다.

최승욱 정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