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각도 발사… 사드 무용성 강조 포석?
입력 2017-02-12 18:21
북한이 12일 오전 발사한 탄도미사일에 대해 합동참모본부는 노동급 미사일로 추정했다. 노재천 합참 공보실장은 “궤도 분석에 따르면 북한 미사일은 노동급으로 보인다”면서도 “한·미 양국이 정밀 분석 중이며 새로운 종류의 미사일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초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했던 군은 노동급 미사일 발사 의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은 오전 7시55분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 공군 비행장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북한 내륙을 거쳐 500여㎞를 날아간 뒤 동해상에 떨어졌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해 10월 20일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합참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노동급이라는 전제 하에 통상적인 발사각도(45도)보다 높게 발사해 사거리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45도로 발사했다면 비행거리가 적어도 800㎞ 이상은 돼야 한다. 지난해 8월 북한이 발사한 노동미사일은 1000여㎞ 날아가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 떨어졌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각으로 노동급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요격 범위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일 것으로 분석했다. 노동미사일의 최고 고도는 248㎞다. 최고 고도에 도달했다가 목표물을 향해 떨어지는 미사일을 40∼150㎞ 고도에서 요격하는 하층방어 체계인 사드는 노동미사일 낙하 시 요격이 가능하다. 하지만 노동미사일의 각도를 더 높여 발사하면 낙하 속도가 빨라져 사드로 요격하기 어렵다. 결국 연내 한반도에 배치될 사드의 무용성을 강조하기 위한 북한의 의도적 시험발사라는 뜻이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해 네 차례 9발을 발사했던 노동미사일을 새삼스레 시험발사할 이유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ICBM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공언한 만큼 이번 미사일 발사는 ICBM인 ‘KN-08’과 개량형 ‘KN-14’의 엔진을 시험하기 위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사거리 3500㎞ 이상인 중거리 무수단 미사일로 엔진 안전성을 시험했다는 의미다. KN-08과 KN-14는 모두 무수단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무수단 미사일을 여덟 번 발사해 단 한 번만 성공한 북한이 엔진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추가 발사를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장 교수는 “비행거리가 과거보다 100여㎞ 늘고 고도가 줄어든 것은 탄두 중량을 무겁게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시 고도는 1413㎞, 비행거리는 400㎞였다.
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