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2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군은 무수단 개량형 미사일로 추정하면서도 새로운 종류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 미사일은 500여㎞를 비행했다. 지난해 6월 무수단 미사일 발사 당시 400여㎞인 것과 비교해 8개월여 만에 비행거리가 100여㎞나 늘어났다. 미사일 발사 능력이 비교적 안정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고각 방식으로 쏜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성능 개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조만간 북한의 ICBM 발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한 탐색적 도발 성격이 농후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 20여일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ICBM 대신 저강도 도발을 선택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으로선 핵보유국 입장에서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대목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75주년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에 앞선 세리모니 성격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내부의 결속을 다지며 주민들의 충성을 끌어내려는 전략이다. 사드와 개성공단 문제 등으로 여론이 갈린 남한 내부의 안보 불안을 조성해보려는 목적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 같은 의도를 갖고 도발했다면 말 그대로 오판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국제사회는 대화보다 제재 쪽으로 더욱 기울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를 확고히 하는 계기만 될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곧바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에서 알 수 있다. 미국 조야 일각의 선제타격론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후원국인 중국 입장에선 북한을 옹호할 명분을 더욱 잃게 됐다.
북한은 이번 도발로 상황이 여의치 않게 흘러간다고 판단할 경우 다음 달 미국 전략무기가 대거 투입될 키리졸브 연습을 전후로 해서 ICBM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한·미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을 수 있는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을 해야 한다. 사드 연내 배치도 속도를 낼 필요성이 높아졌다.
[사설] 김정은, 미사일 도발로 얻을 것 절대 없다
입력 2017-02-12 19:01 수정 2017-02-12 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