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대출 사상 최대

입력 2017-02-12 18:58
지난해 제2금융권의 대출 잔액이 사상 최대 폭으로 늘었다. 정부가 시중은행의 대출심사를 강화하자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로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 저소득·저신용층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제2금융권으로 내몰린 셈이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비은행 금융기관의 여신 잔액은 전년 대비 87조3515억원(13.7%)이나 늘어난 724조1358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은행 금융기관에는 저축은행, 상호금융사, 새마을금고, 생명보험사 등이 포함된다. 대부업체는 제외된다.

지난해 말 비은행 금융기관 여신 잔액은 역대 최대치다. 2007년 359조9771억원에서 9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증가폭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3년 이후 최대다.

금융기관별로 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여신 잔액이 43조4646억원으로 1년 만에 7조8808억원 늘었다. 22%나 증가한 수치다. 새마을금고도 90조5132억원으로 15조6809억원(21%) 늘었다. 신용협동조합(20.2%) 자산운용회사(19.3%) 상호금융(14.5%)도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폭은 한풀 꺾였다. 한은 금융시장 동향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174억원으로 한 달 동안 585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달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기업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78조7141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1050억원 줄었다.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룩 튀어나오는 것처럼 어떤 현상이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파생되는 ‘풍선효과’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13일 회의에서 “비은행 금융기관의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