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어르신 대접하는 주민들의 ‘孝밥상’

입력 2017-02-12 21:09
부산 사하구 하단2동 주민들이 지난 9일 한성교회 식당에서 마을 어르신들에게 대접할 ‘행복나눔밥상’을 준비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하구 제공

부산 사하구 하단2동 주민들이 마을 어르신들에게 지난 5년간 ‘행복나눔밥상’을 대접해 오 고 있다. 매월 한 차례 진행된 무료 급식을 통해 연인원 1만200여명의 어르신이 정성이 깃든 밥상을 받았다.

지난 9일 하단2동 한성교회 식당에 행복나눔밥상이 차려졌다. 김모(80) 할머니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고등어추어탕에 밥을 말아 한입 떠 넣은 뒤 “어릴 때 그 맛이네”라며 환하게 웃었다. 마주앉은 박모(83) 할아버지는 떡과 과일을 먹으며 “잘사는 교”라고 안부를 물었다. 이날 식당을 찾은 어르신은 200여명이었다.

무료 급식은 하단2동 주민자치회 주최로 방위협의회·새마을지도자·바르게살기·청소년지도자·적십자봉사단·자유총연맹·통우회 등 9개 봉사단체들이 마련했다. 이들은 순번을 정해 매월 둘째 주 목요일 오전 11시∼오후 1시 어르신들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한다.

2012년 2월 시작한 무료 급식은 올해로 5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연 1만2000여명의 어르신이 소고기국밥·추어탕·카레밥·짜장면·비빔밥 등을 대접받았다.

일회성 무료 급식도 쉽지 않은데 5년간 꾸준히 식사 대접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이 마음을 하나로 모았기 때문이다. 매월 70여만원의 비용은 주민들이 십시일반 부담한다. 거리가 멀거나 몸이 불편해 찾아오지 못하는 어르신은 직접 차량으로 모셔와 식사를 대접한 뒤 다시 모셔다 드린다.

지역 단체들은 이 마을에 홀로 사는 어르신이 많지만 복지시설이 부족해 무료 급식에 뜻을 모았다고 한다. 동아대 정문에서 낙동강 가락타운으로 이어지는 도로변에는 상업시설이나 아파트가 밀집해 어려운 이웃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판단, 복지관이나 복지시설 건립이 지연되면서 저소득 가정 노인과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 단체들은 무료 급식봉사 외에 저소득 학생 장학금 지원 등에도 앞장서고 있다.

박종훈(67) 주민자치위원장은 12일 “‘우리동네 복지는 우리가 해결한다’는 생각으로 주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행복나눔밥상 외에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이·미용 서비스 등도 병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