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베 대하는 두가지 태도

입력 2017-02-12 18:20 수정 2017-02-12 21:43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 세 번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세 번째)이 10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만찬을 위해 앉아 있다. 트럼프의 오른쪽은 아키에 아베 여사, 아베의 왼쪽 가려진 인물은 멜라니아 트럼프다. 왼쪽 앞은 로버트 크래프트 미식축구리그(NFL) 슈퍼볼 우승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구단주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 정상은 성명에서 전통적인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양국의 안보 공조를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통상문제만큼은 일본과 중국 모두를 압박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대신 미·일 양자 간 무역협정을 논의하기로 했고, 중국에 대해서는 “곧 공평한 운동장에 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강경한 무역보복 조치를 시사했다. 트럼프는 연내 일본을 답방해달라는 아베의 요청을 수락했다.

트럼프와 아베는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두 정상은 성명에서 “확고부동한 미·일동맹은 아·태 지역의 평화, 번영, 자유를 위한 초석”이라며 “미국은 핵과 재래식 무기 등 모든 군사력을 동원해 일본을 방어한다는 방위공약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은 또 “미국은 아·태 지역의 미군 주둔을 강화하고, 일본은 미·일동맹에서 더 큰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트럼프와 아베는 회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가 미·일 안보조약 제5조의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성명에서 “이들 섬에 대한 일본의 행정권을 훼손하는 어떤 일방적인 행동도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중국의 영유권 도발에 맞서 미·일 양국이 공동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와 아베는 또 중국을 겨냥해 남중국해에서의 ‘항해의 자유’를 강조했다. 남중국해에서는 중국이 인공섬을 건설하고 무기를 배치하는 등 군사적 조치를 강화해 미·일은 물론, 동남아 국가들이 반발해 왔다.

트럼프는 안보 문제와 달리 경제 문제에 대해선 일본을 압박했다. 성명은 “양국 경제 모두에 혜택을 주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적인 무역관계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혀 향후 미국이 대일 무역적자 개선을 위해 통상 압박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일본이 역점을 뒀던 TPP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트럼프는 앞으로 일본과 양자 무역협정 체제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성명에도 양자 무역협정 추진 내용이 담겼고, 앞으로 양자 무역 대화의 촉진을 위한 경제회담을 열기로 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트럼프가 경제 문제에서는 ‘동맹 때리기’도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앞으로 한국을 향한 통상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중국의 환율조작 문제도 정면으로 거론했다. 그는 “통화 평가절하에 관해서는 내가 그동안 계속 불평을 해왔는데 우리는 곧 ‘공평한 운동장’에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환율조작국 지정 등 중국에 대한 초강경 보복무역 조치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