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강준영] 기로에 선 트럼프와 시진핑

입력 2017-02-12 19:03

세간의 우려에도 대선 공약(公約)이 결코 공약(空約)이 아님을 증명하듯 연일 새로운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중국의 부상을 미국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는 트럼프 시대와 미국의 틀을 벗어나 세계적 국가로 도약하려는 시진핑 시대가 강력한 미국의 재건(make America great again)과 중화의 부흥(中國夢)을 내걸고 갈등과 타협의 기로에서 첫발을 내딛고 있다.

대선 기간 중 환율 조작과 불공정 무역을 언급하면서 중국을 자극했던 트럼프는 당선 후에는 미·중 관계의 금기어처럼 간주되는 대만 문제를 언급했다. 비록 ‘미국의 정책에 중국이 협조하지 않으면’이라는 전제가 있었지만 ‘하나의 중국’ 원칙이라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이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당선 후 처음으로 시 주석과 전화통화를 했다. 매우 훈훈했고(very warm), 아주아주 좋은 대화(very, very good talk)를 장시간 나눴음을 강조한 트럼프는 ‘하나의 중국’에 대한 존중 입장을 밝혀 일단 중국과 시 주석을 안심시켰다.

미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남중국해 문제나 무역 불균형 등 미·중 간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는 생각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희망 의지도 밝혔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일단은 기존 대중정책의 유지를 밝힌 것이지만 일본과의 정상회담이 미·일동맹 강화 차원에서 중국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영토 주권 문제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한 극한 대립을 피하려는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그동안 미국의 반응이 없어 시큰둥하던 중국도 트럼프의 ‘건설적 관계’ 언급에 외교부가 환영의 뜻을 표했다.

현재 양국 관계는 중국의 급격한 부상과 미국 역량의 상대적 쇠퇴에 따라 자연스러운 변화 과정을 겪는 중이다. 양자 관계 자체의 협력과 갈등이 확대 심화되기도 하고, 과거 단순한 양자 문제가 양국의 국제적 영향력으로 인해 다자 측면으로도 파급되는 접촉면이 넓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양국의 갈등 범위 확대와 표출은 전 세계적인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과거 미·중 관계의 갈등적 요소로 첫 글자가 알파벳 ‘T’로 시작하는 ‘4T’가 있었다. ‘하나의 중국’ 원칙과 관련되는 대만(Taiwan), 소수민족 문제로 영토주권·인권과 관계되는 티베트(Tibet), 민주·자유·인권의 인류 보편가치와 연계돼 중국의 전체주의를 압박하는 톈안먼(Tiananmen·天安門)사건, 그리고 미국 무역역조의 상징인 미·중 간 무역(Trade) 문제다.

‘4T’가 그대로 존재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다양한 새로운 ‘T’가 새로운 갈등과 협력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남중국해 도서 영유권 주장과 미국의 공해(公海)상 ‘항행의 자유’를 둘러싼 영토(Territory) 문제가 핵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급격한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 및 대미 첨단 과학기술 절취와 관련된 테크놀로지(Technology) 문제, 국제적 테러 방지·공조와 관련된 테러리즘(Terrorism) 문제도 이슈가 된 지 오래다. 달러화 및 인민폐 환율과 관련된 중국의 미 정부국채(Treasury Bonds) 처분 문제, 지구 온난화 및 기후 변화와 관련된 기온(Temperature )문제도 중·미 관계의 주요 이슈가 됐다. 한반도에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중 간에 갈등과 협력을 반복해야 하는 수많은 과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양자 관계는 힘만으로는 설정되지 않는다. 상호 신뢰(Trust) 구축을 통한 갈등의 최소화와 협력의 도모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정치경제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