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올해 디지털·글로벌·은퇴자산으로 영역 넓힐 것”

입력 2017-02-12 17:33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9일 집무실에서 디지털과 글로벌, 은퇴자산 등 3대 경영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김 회장은 왼쪽 손목에 실시간으로 경영 보고를 받아볼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다.서영희 기자

연신 왼쪽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를 들여다봤다. 임원들이 보내온 보고와 결재를 스마트폰, 스마트워치로 확인하고 문자메시지로 즉시 대응했다. 두꺼운 결재 서류를 없애고, 서면보고는 A4용지 1장으로 제한했다. 임직원에겐 ‘젠틀 & 어그레시브’를 강조한다. ‘사람을 만날 땐 따듯하게, 업무에선 공격적으로’.

‘스피드 경영’을 강조하는 NH농협금융지주 김용환 회장을 지난 9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집무실에서 만났다. 김 회장은 올해 3대 경영목표로 ‘디지털’ ‘글로벌’ ‘은퇴자산’을 꼽았다. 농협금융지주는 총자산 366조원에 은행·증권·생명·보험·자산운용 등 9개 계열사를 거느린 국내 3위 금융그룹이다. 김 회장의 말은 흐르는 물처럼 이어지며 1시간을 훌쩍 넘겼다.

-지난해 조선·해운업 부실 여신 정리를 의미하는 ‘빅 배스’(Big Bath·회계장부에 부실요소를 한꺼번에 반영하기)의 어려움 속에서도 흑자를 기록했다. 비결은 뭔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유수부쟁선(流水不爭先)’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흐르는 물은 앞을 다투지 않는 법이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순간순간 욕심을 부리기보다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지난해 농협의 부실이 얼마인지 샅샅이 조사했다. 이전까지 소홀했던 ‘향후 2∼3년 내 부실이 어느 정도냐’까지 시나리오별로 파악했다. 비상경영을 해야 했고, 나부터 임금의 10%를 반납했다. 부장급 이상 임직원이 동참해 주었다. 농협중앙회도 함께했다. 경비를 20% 이상 절감하고, 전체 계열사가 일일동향 점검회의를 열었다. 지난해 상반기 2000억원 적자를 봤는데, 하반기에 510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농협의 최대 장점이 협동이다. 원래 협동조합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협업 시너지가 우리의 강점이다.”

-올해 도약을 의미하는 ‘연비어약’(鳶飛魚躍·솔개는 날고 물고기도 뛴다)을 경영 방침으로 제시했다. 경기가 나쁜데 도약이 가능할까.

“지난해 내실을 다졌기에 성장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1월에 지표가 좋았다. 설 연휴로 영업일수가 줄었는데도 900억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순이자마진(NIM)이 좋아졌고, 충당금을 많이 쌓아놨기에 일부 환입된 액수도 있다. 올해 경영 목표는 ‘디지털’ ‘글로벌’ ‘은퇴자산 관리 강화’다. 농협금융은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융복합 서비스)에 강하다. 2015년 말 NH핀테크 혁신센터를 금융권 최초로 만들었다. 올해는 디지털 플랫폼 ‘올원뱅크’에 지방세·등록금 납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공공 핀테크’에 주력할 계획이다. 농업금융 노하우에 기반해 아직 농업국인 미얀마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 해외 진출범위도 넓힐 예정이다. 마지막은 은퇴자산이다. 100세 시대이다 보니 연금이 중요하다. WM연금부를 만들어 자산관리 서비스에 진출한다. 자본시장 판도를 바꿀 기업연금 부문도 유럽 1위 회사인 ‘아문디’와 합작한 NH자산운용을 중심으로 운용수익률을 높일 계획이다.”

-농협금융의 시너지는 어디서, 어떻게 발휘되나.

“기업투자금융(CIB) 협의체가 있다. 금융 계열사의 자금을 한데 모아 안정적으로 투자하는 협의체다. 월별, 분기별로 계열사의 팀을 모아 정보를 입력하고 분석결과를 나눈다.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부동산 펀드, 유럽 가스 발전소 투자 등 이미 성공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연 7∼8% 수익률을 낼 것이다.”

-농협금융지주 출범 6년차다. 농협중앙회와의 바람직한 관계는.

“농업을 6차 산업이라고 한다. 제조업이 한계에 왔고, 서비스업도 의료영리법인 사례처럼 법이나 인프라 구축에 막혀 있다. 반면 농업·농식품 분야는 개발할수록 장점이 있다. 우리의 마지막 먹을거리다. 농협중앙회에서 농업인 가구당 연평균 소득을 5000만원으로 올리려 한다. 현재 평균 3700만원이고, 순수 농업소득은 1100만원에 그친다. 이를 끌어올리는 데 동참할 예정이다. 농협금융도 농업인들의 출자에서 출발했다. 올해는 지역농협에 농기계 포장차 등을 직접 지원하고, 농협은행이 ‘마을 만들기 예금’을 출시하며, 기금으로 농촌을 지원한다. 정책자금과 스마트팜 분야의 우대금리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다.”

■김용환 회장은 관료 출신 금융인이다. 1952년 충남 보령 출생으로 서울고,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1980년 행시 23회로 공직에 발을 들였다. 재무부,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를 거쳐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역임했다. 2011∼2014년 수출입은행장을 지냈고, 2015년 4월부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맡고 있다.

우성규 홍석호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