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하 ‘조씨고아’), 뮤지컬 ‘영웅’, 무용 ‘향연’. 최근 공연계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세 작품의 공통점은 이름만으로도 관객을 끌어당기는 브랜드 구축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세 작품 모두 이번이 초연은 아니다. 그동안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 호평을 받아왔지만 공연 애호가를 넘어 일반 대중의 티켓 구매욕구를 자극시키는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엔 창작자와 작품을 둘러싼 이슈몰이가 이어지며 스토리텔링의 과정을 가진 덕분에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올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국립극단의 ‘조씨고아’는 지난 2015년 초연 당시 각종 연극상을 휩쓸었던 작품이다. 재연을 앞두고 연출가 고선웅이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예술감독으로 임명돼 주목을 모았다. 이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한국 사회를 강타한 상황에서 고선웅이 당초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가 ‘조씨고아’ 때문에 빠진 것이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알려지며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됐다.
연극계에서 1∼2월은 비수기지만 ‘조씨고아’는 이번에 21회 공연이 모두 매진됐다. 매진 이후에도 티켓 구입 문의가 빗발치자 국립극단은 무대를 제대로 보기 어려운 시야장애석까지 팔아야 했다.
에이콤의 ‘영웅’은 2009년 초연돼 올해가 7번째 무대지만 역대 최고 티켓 판매를 기록했다. 이번 공연의 경우 제대로 된 지도자의 부재로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위안부 논란이 계속되는 시국 상황과 연결돼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덕분이다. 촛불집회가 이어지는 광화문 광장 바로 앞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데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와 ‘무한도전’에 출연한 것이 흥행몰이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라디오스타’에서 안재욱 정성화 이지훈 양준모 등 안중근 역의 배우들이 함께 뮤지컬 넘버 ‘누가 죄인인가’를 부르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는 반응이 많다. 그래서 올해는 부모들이 아이들 교육용으로 티켓을 앞다퉈 구입하는 현상이 눈에 띈다.
윤호진 에이콤 대표는 “이번 공연에서 관객의 스펙트럼이 확 넓어진 것을 느낀다. 역사의 교훈이 필요한 시대에 사람들이 ‘영웅’에서 국가와 신념에 목숨을 바치는 지도자의 모습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무용단의 ‘향연’은 2015년 초연 이래 3년 연속 매진 돌풍을 일으켰다. 한국 전통춤으로 대극장인 해오름극장(1543석)을 가득 채우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5년 초연 당시 2회에 이어 지난해 4회, 올해 4회 모두 시야가 나빠 평소 열지 않는 3층까지 티켓을 팔았다.
‘향연’의 성공에는 연출을 맡은 디자이너 정구호의 공이 크다. 정구호는 지난 2013년 국립무용단에서 ‘묵향’의 연출을 맡아 전통 전통춤에 세련미를 불어넣었다. 춤사위의 원형을 지키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구성하고 무대·의상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정구호의 스타일은 ‘향연’에서 정점을 찍었다. 마침 그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총연출을 맡았다가 사퇴하는 등 이슈가 터진 것도 ‘향연’의 화제몰이에 도움이 됐다.
비록 일부 무용 평론가들로부터는 “전통춤의 깊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향연’은 평소 한국 전통춤에 관심없는 사람들까지 극장으로 오게 만드는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향연’의 구매층 가운데 20∼30대가 무려 71.6%나 된다.
브랜드를 구축하면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오르는 만큼 세 작품은 앞으로 공연을 올릴 때마다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브랜드 공연’ 등극… 무슨 비결이 있길래
입력 2017-02-12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