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서울시, 거꾸로 가는 ‘스마트폰 정책’

입력 2017-02-11 05:03
1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보도에 흐릿해진 ‘스마트폰 경고표시 보도 부착물’이 붙어 있다. 부착물에 적혀 있는 ‘걸을 때는 안전하게’라는 문구는 색이 바래 잘 보이지 않는다.
10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3번 출구 앞. 횡단보도를 건너온 안경식(24)씨는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스마트폰만 쳐다보며 걸었다. “방금 밟고 지나간 ‘스마트폰 경고표시’를 봤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며 “아래쪽을 본다고 바닥을 보는 건 아니다”고 했다.

서울시 스마트폰 정책이 외면받고 있다. 눈과 귀를 막고 스마트폰만 보며 걷는 ‘스몸비’(smombie·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족을 줄이겠다며 서울시가 도로에 붙인 경고표시는 이달 말까지 모두 ‘퇴출’될 예정이다. 서울시가 개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도 대부분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예산 1375만원을 들여 ‘걸을 때는 안전하게’라고 적힌 경고표시 250개를 만들어 강남역과 잠실역, 서울시청 앞, 연대 앞, 홍대 앞 등 5곳의 길바닥에 붙였다.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가 바닥의 경고표시를 보란 의미였다.

그러나 시 관계자는 “경고표시의 색이 바랬거나 찢어져 지난해 이미 절반가량을 뗐다”며 “효과도 뚜렷하지 않아 더 이상 이 정책을 추진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꾸준히 선보인 앱들도 대부분 이용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서울시는 2012년 이전에 있던 앱 23개에다 5년 동안 매년 평균 3억8000여만원을 들여 새로운 앱 38개를 더했다. 같은 기간 16개 앱이 삭제돼 서울시가 현재 운영하는 앱은 모두 45개다.

이 가운데 3분의 1은 다운로드 수가 5000건이 안 된다. 앱에 별점을 매긴 이용자가 100명이 안 되는 앱도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평가자 10명을 채우지 못한 앱이 11개나 있었다.

민간 앱에 밀려 소외된 앱도 있다. 시각장애인이 실시간 동영상으로 언제 어디서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개발한 ‘엔젤아이즈앱’은 다운로드 수 500건을 넘기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엔젤아이즈앱을 개발하던 중에 카카오톡의 페이스톡 기능이 나왔다”며 “기능이 비슷한 페이스톡을 쓰는 사용자들이 굳이 서울시가 운영하는 앱을 다운받아야 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서울시도 앱 개발을 줄여나가는 추세다. 2012년에는 새로운 앱 10개를 선보였지만 이듬해부터 10개, 6개, 8개, 4개를 개발했다. 같은 기간 없어진 앱은 14개다. 올해 초 삭제된 앱 2개까지 모두 16개의 앱이 사라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사람들이 많이 쓰지 않는 앱은 폐기를 건의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주도하는 스마트폰 정책의 한계를 지적한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스마트폰 정책은 이용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발전해나가는 면이 부족해 역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정책을 기획한 뒤 예산을 만들어 심사하고 추진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민간보다 긴 탓에 시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밀어붙이다가 반응이 없으면 새 정책을 만드는 공급자 중심의 사고방식에 빠지기 쉽다”고 분석했다.









글·사진=오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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