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허용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협조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법원이 특검 손을 들어줄 경우 청와대 진입을 위한 강력한 법적 근거를 얻게 되지만 소송 자격이나 절차적 요건 등에 회의적 시각이 많아 인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특검은 10일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 집행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청와대가 형사소송법 110·111조를 근거로 특검의 압수수색을 승인하지 않자 법률적 강공 카드를 택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특검이 그간 보인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법리 검토를 했지만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막아설 경우 현실적으로 강제할 여지가 없다는 게 특검의 설명이었다. 행정소송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권리구제를 위해 마련된 절차다. 별도 규정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권리’가 아닌 ‘권한’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 행정소송의 원고가 될 수 없다. 이 때문에 국가 수사기관인 특검도 원고 자격이 없다는 해석이 대부분이었다. 특검 관계자가 “맹점이 있어서 최종적으로 행정소송은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그러나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위해 강구했던 우회로가 모두 막히자 이를 재검토했다. 특검은 애초 황 권한대행에게 압수수색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며 정치적 차원에서 청와대의 빗장을 뚫어보려 했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은 무대응 원칙을 고수했다. 지난 9일로 합의됐던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가 무산된 이후 대치 상태에 들어간 청와대의 변화를 바랄 수도 없는 상황이다. 특검으로서는 법원 판단에 최후의 희망을 걸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특검 관계자는 “청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현행법상으로 압수수색 불승인을 다툴 방법이 전혀 없다”며 “사실상 압수수색 집행이 불가능해진다”고 절박한 상황을 강조했다.
법조계는 특검의 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행정소송상 원고 적격 여부도 문제지만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절차는 형사소송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설명이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행정소송법은 국민의 권익구제를 위해 마련된 것인데, 원활한 수사권 확보를 국민의 권익으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직 결론을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예외적인 경우 국가기관을 행정소송상 원고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도 존재한다. 판사 출신인 이규철 특검보는 “어색해 보이긴 하지만 검토결과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최순실씨 국정농단과 관련된 고발인들의 권리를 침해된 권익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특검 관계자는 “군사상 기밀이라든지 공무상 기밀 부분에서는 책임자 입회 하에 합리적으로 압수수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날 ‘비선진료 농단’ 의혹과 관련해 김영재·박채윤(구속) 부부를 동시에 불러 조사했다.
정현수 나성원 기자 jukebox@kmib.co.kr
특검의 고육책… 靑 압수수색 행정소송 카드 먹힐까
입력 2017-02-10 18:12 수정 2017-02-10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