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회 비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 참석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요지부동이었다. 수십 번의 대선 출마 질문에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국정 안정 외에 다른 생각이 없다” “제가 맡고 있는 일이 엄중하다”고 하면서도 끝까지 불출마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안개 화법’이었다.
황 권한대행에겐 “대선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출마하지 않겠다는 말은 왜 안 하느냐”고 쏘아붙였고, 안민석 의원도 “지금 국민들은 딱 한 가지, 출마 의사가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은 “국민들께서 어려운 국정을 풀어가라는 과제를 줬다. 모든 힘을 다하겠다”는 말만 계속했다. 황 권한대행은 2월 들어 다섯 번 국회를 찾았다. 그때마다 대선 출마 질문 세례를 받았지만 입을 닫았고 가끔 내놓은 말은 모호했다.
황 권한대행의 병역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이 “이명박정권은 병역면제 정권이라는 비아냥을 받았다”고 운을 떼자 황 권한대행은 “제 얘기를 하려면 바로 하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안 간 것이 아니고 아파서 못 간 것”이라며 “아파서 도저히 갈 수 없는데, 군대 가서 죽으라고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의원은 대정부 질문에서 “최순실 일가의 페이퍼컴퍼니가 수백개에 달하고, 그 뒤에는 특정 종교단체, 특정 학맥, 한독경제회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안 의원은 또 “최순천씨(최순실씨 동생) 가족이 운영하는 S사 주식을 독일 소재 페이퍼컴퍼니가 2000억원에 매입한 게 확인됐다”며 “이 자금 뿌리가 ‘박정희 비자금’으로 의심된다는 전문가도 있다”고 주장했다. 의혹 제기에 황 권한대행은 “전혀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거나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야당은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와 특검 수사기간 연장 문제를 추궁했다. 야당은 “대통령 관저도 아닌,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있던 비서동 컴퓨터조차 압수수색이 안 되느냐”고 했다. 이에 황 권한대행은 “모든 수사에서 압수수색이 다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청와대를 두둔했다.
황 권한대행은 특검 수사기간 연장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수사기간이 아직 20일 가까이 남아 있다”며 “지금 상태에서 연장을 검토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특검 수사기간은 오는 28일까지다. ‘최순실 특검법’은 대통령 승인을 얻어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게 돼 있다.
황 권한대행은 야당 의원이 말을 끊어도 끝까지 이어갔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황 권한대행을 세워놓고 한참 비난한 뒤 “들어가셔도 좋다”고 하자 물러나지 않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국회를 빠져나가는 길에 경호원이 취재진을 저지하자 “괜찮아요. 놔두세요”라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시종 '안개 화법'… 불출마 답변 끝내 피해간 황교안
입력 2017-02-10 18:03 수정 2017-02-10 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