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L 사장 “김종 압력에 장시호 영재센터 지원”

입력 2017-02-10 18:13
국정농단 주범으로 구속 기소된 최순실씨와 조카 장시호씨(오른쪽 사진)가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 나란히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고 있는 최순실(61)씨와 최씨 조카 장시호(38)씨가 법정에서 두 번째로 대면했다. 장씨는 첫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최씨의 시선을 철저히 외면했다. 최씨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증거를 특검에 제출한 장씨에 대해 “너무 나불댄다”며 주변에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10일 열린 최씨와 장씨, 김종(56)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2회 공판은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에 후원금 2억원을 지불하게 된 경위가 쟁점으로 다뤄졌다. 영재센터는 최씨 지시로 장씨가 운영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이덕주(70) GKL 사회공헌재단 이사장은 “GKL 이기우 사장이 ‘위에서 영재센터에 2억원을 지원해 주라는 요청이 왔다’며 굉장히 미안한 얼굴로 얘기했었다”고 말했다. 검찰이 ‘위에서’라는 표현의 의미를 묻자, 이 이사장은 “2억원이란 돈이 BH(청와대)에서 지시하기에는 좀 적은 거 같아서 문체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 사장이 GKL 사회공헌재단 측에 특정 사업을 후원해 달라고 요청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이 사장이 ‘위에서’라는 말을 쓰며 부탁하니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뒤이어 증인으로 나온 이기우 사장은 “영재센터 후원을 지시한 건 김 전 차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1월 김 전 차관이 전화로 ‘삼성도 후원하고 문체부도 지원하니 GKL도 2억원 정도 검토해 보라’는 말을 듣고 재단 측에 전달했었다”고 증언했다.

이후 GKL 재단은 영재센터의 스키캠프 사업을 검토해 좋은 취지라고 판단한 뒤 2억원을 후원키로 결정했다. 재단은 1차로 후원금 5000만원을 건넸는데, 두 달 뒤 김 전 차관에게서 ‘나머지 후원금 1억5000만원을 빨리 지급하라’는 질책성 통보를 받았다. 이 이사장은 “김 전 차관의 통보를 이 사장에게 전해 들으며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양민철 황인호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