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한민국] ‘식물 컨트롤타워’에… 외교안보 우왕좌왕

입력 2017-02-11 05:01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국정공백 사태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가장 먼저 가시화됐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갑작스러운 위안부 합의처럼 미·중·일 등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극도로 민감한 결정들을 밀어붙이다 갑자기 머리가 없어진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외교의 핵심인 정상외교는 마비됐고 팔다리인 외교·안보 부처는 관성에만 의존한 채 기존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년간 박근혜정부의 대외정책은 롤러코스터 같았다. 미국의 우려를 살 정도로 중국과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중 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반면 대일(對日) 정책은 초반에 초강경 노선을 걷다 2015년 위안부 합의 이후 유화 모드로 돌변했다.

대북정책도 같은 패턴이었다. 초반에는 기본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따라 일정 부분 남북관계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초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자 ‘선(先) 비핵화 없이 대화는 없다’며 극도로 경직된 태도로 돌아섰다. 남북 교류의 상징인 개성공단까지 닫아 남북관계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이전으로 후퇴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근혜정부의 대외정책은 지도자의 감성적 변덕에 의존했던 것 같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중국에 실망했다고 사드 배치 결정을 내리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외교가 큰 위기다. 여기서 방향을 반대로 돌려야 하는데 선순환이 아니라 악순환의 고리를 헤매고 있다”고 했다.

컨트롤타워를 잃은 정부는 국민적 비판 여론에도 아랑곳 않고 기존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1년을 맞아 재가동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정부는 피해 보상 규모를 놓고 입주기업과 소모적인 논쟁만 벌이고 있다. 회복 중이라던 한·일 관계는 위안부 소녀상 문제로 주한 일본대사가 한 달 넘게 자리를 비우는 초유의 상황이 계속됐다. 한·일 간 문제는 독도 문제, 교과서 문제 등으로 확산되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이 없다.

특히 우리의 외교 환경은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 출범 등 거센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새해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언급하며 미국을 자극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선제타격 등 우리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카드까지 테이블에 올렸다. 신행정부는 한국과 협의 하에 새 대북 접근법을 마련한다고 밝혔지만 우리 입장을 얼마나 배려할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다. 정부가 아무리 고민을 하더라도 결정을 내려줄 사람이 없으니 책임 있는 정부가 들어서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는) 대북 유화책이든 강경책이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적당히 해서는 안 된다”면서 “핵 동결로 핵 능력 고도화를 차단하면서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