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IG 시트주름, 원래 그런 겁니다”라더니… 현대차, 뒤늦게 ‘불량 시트’ 무상 수리

입력 2017-02-10 18:23
현대자동차가 차량 출고 후 6개월까지 비정상적으로 주름이 발생한 모든 시트를 무상 수리하기로 했다. 신형 그랜저 시트가 심하게 일그러지는 사례가 속출하자 “원래 그렇다”고 했던 입장을 철회하고 수습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는 “시트 주름 발생과 관련해 출고 후 6개월 이내 전 차종, 모든 시트에 보증수리를 제공한다”고 10일 밝혔다. 이어 “보증수리 적용 여부는 사용 기간, 주름 정도, 지속성 등 차량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내용은 전날 저녁 현대차 공식 블로그에 안내됐다. 국내 자동차 회사가 시트를 무상 보증 대상에 포함하기는 처음이다.

현대차는 같은 날 오전 서울 강남구 현대차 오토웨이 사옥에서 그랜저IG 동호회 회원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시트 관련 불만사항을 청취했다. 그랜저IG 시트 불량 논란은 지난달 초부터 동호회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차주들은 그랜저IG 출고 며칠 만에 시트 가죽이 늘어나 울퉁불퉁해졌다며 현대차에 해명과 무상 교체를 요구해 왔다. 인터넷에는 시트가 움푹 패거나 찌그러진 사진과 함께 관련 사례가 떠돌았다. 현대차는 최근까지도 “시트 가죽이 얇고 부드러워 주름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억지 주장이라는 입장이었다.

현대차가 불량 가능성을 인정한 건 그랜저IG 품질 논란이 국내 판매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많다. 지난해 실적 악화로 충격을 받은 현대차는 올해 첫 달 국내 판매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9.5% 줄어 더 조급해진 상황이다.

회사는 동호회 간담회를 열기 전 이미 시트 무상 수리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는 성난 여론을 달래기 위한 이벤트 차원이었다는 지적이 있다. 이 자리에선 현대차 품질 담당자가 직접 차주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회사 측 입장을 설명했다.

시트 보증수리 대상을 모든 차종으로 넓힌 이유는 품질 논란이 신형 그랜저에 집중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신형 그랜저는 현대차가 올해 판매 회복의 견인차로 기대를 거는 차종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