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다시 피어나다

입력 2017-02-10 18:33 수정 2017-02-10 21:25
이상화가 10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힘차게 빙판을 질주하고 있다. 이상화는 비록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시즌 최고 기록을 세우며 올림픽 3연패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다. 뉴시스

‘빙속여제’ 이상화(28·스포츠토토)가 부상에서 회복된 모습을 보이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 3연패의 희망을 알렸다.

이상화는 10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37초48을 기록, 2위에 올랐다. 1위는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1)가 차지했다.

비록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최근 부상으로 제 기량을 보이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는 평가다.

이상화는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당시 강자로 군림하던 예니 볼프(독일)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2012년부터 여자 단거리 최강자로 올라섰고, 2012∼2013시즌과 2013∼2014시즌 4차례나 세계기록을 갈아 치우며 여자 단거리를 최강자로 군림했다.

2013년 11월 2013∼2014 ISU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세운 세계기록(36초36)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이상화는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도 37초28의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하며 2연패 달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고질적인 왼 무릎 부상 등으로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2016∼2017시즌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시리즈에서 이상화는 두 차례나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로 열린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면서 올림픽 3연패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 특히 이상화의 이날 기록은 자신의 올 시즌 최고 기록이다. 이상화는 “기대만큼의 기록이 나왔고, 만족스러운 레이스를 했다”며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나만의 스케이팅을 하지 못했는데, 오늘은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했다.

다만 마지막 코너에서 나온 실수는 아쉬워했다. 이상화는 “너무 오랜만에 빠른 속도를 느끼다보니 마지막 코너에서 실수가 나왔다. 코스를 너무 크게 타고 말았다”며 “주변에서 마지막 코너 실수가 없었으면 고다이라를 이겼을 것이라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부상회복을 위해 월드컵 1∼4차 대회에만 출전하고 월드컵 시리즈 출전을 일찍 접은 이상화는 지난달 1일 캐나다로 떠나 이번 대회를 위해 훈련을 이어갔다. 이상화는 “월드컵보다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가 목표여서 이 대회를 목표로 잡았다”며 “예상대로 좋은 결과가 나와 괜찮다”고 전했다.

이상화는 끝으로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성적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평창동계올림픽이 더 큰 대회이고 중요하다. 내년이 더 중요하니 올림픽에 더 집중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대회를 통해 희망을 봤지만 일본 선수들과 경쟁해야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특히 고다이라가 주의해야 할 인물이다. 고다이라는 37초13을 기록해 이상화를 0.35초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자신의 개인 최고기록이자 일본기록(37초29)를 0.16초 앞당겼다. 고다이라는 이상화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상화가 여전히 세계 최고로 빠른 스케이터”라며 말을 아꼈다.

반면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은 악재를 만났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이승훈(29·대한항공)은 이후 열린 남자 팀 추월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다. 이승훈은 두 바퀴를 남기고 넘어져 보호패드에 세게 충돌했다. 의료진은 이승훈의 오른쪽 발목에 테이핑한 뒤 들것을 이용해 레인 밖으로 옮겼다. 이승훈은 병원으로 옮겨져 정밀 검사를 받았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