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에… 옷 젖는 文

입력 2017-02-11 05:01

대세론을 구축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기세가 주춤하고 있다. 30% 선을 돌파했던 지지율이 다시 답보 상태에 빠지며 ‘2차 박스권’에 갇혔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대외적으론 다른 주자들의 급등락이 판세를 흔든 영향이 크다. 하지만 원내외 거대 지원조직에서 흘러나오는 전략 혼선 등 내부 문제도 없지 않다. 캠프에선 조직 재정비 과정에서 벌어진 일시적 현상이라는 평가 속 ‘가랑비에 옷 젖듯’ 주저앉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새어나오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외부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가 대개조 노선의 확장력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 중도·보수 인사들을 끌어들여 외연을 넓히려는 시도다. 외곽 지원조직 더불어포럼은 지역별 하부조직을 구성해 지역 확장성을 꾀한다. 싱크탱크 국민성장에는 900명 넘는 교수들이 참여해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2012년 대선에서 문 전 대표를 도왔던 전직 의원들도 각자 역할을 맡아 활약하고 있다. 최근에는 송영길 의원을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영입하는 등 현역 의원 ‘스카우트’에도 공들이는 중이다.

하지만 교통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 노출되고 있다. 전·현직 의원의 활동이 중복되거나 설익은 정책 공약이 나오기도 한다. 당장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에 대해 송 의원이 “메시지가 잘못 나간 것 같다”고 정면 비판했다. 최근 구설에 시달린 끝에 10일 스스로 영입을 철회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등의 사례도 있었다. 전 전 사령관의 안보 역량을 높이 평가했지만 지지세력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문 전 대표 스스로 강조하는 대세론에 대한 반발도 있다. 지지세력 못지않게 ‘안티’ 세력도 집결하면서 검증 난이도가 더욱 높아지는 모양새다. 다른 주자에 비해 유독 문 전 대표가 방송에 나설 때마다 지지·반대 세력이 인터넷에서 충돌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외부적으로도 ‘패권주의’ 파상공세가 지속되고 안희정 충남지사의 급등, 이재명 성남시장의 반등 같은 고려 요인이 늘어나고 있다. 당장 대세론에 큰 타격을 주진 않더라도 시나브로 지지율이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들이다.

문 전 대표 측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본다. 캠프 대변인 격인 박광온 의원은 “호들갑스럽게 받아들일 일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사실상 당내 예선이 본선처럼 여겨지는 만큼 다른 당·주자의 공격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면서 “조직 문제 역시 캠프는 비서실·공보·정무·메시지로 단순하고 외곽 조직은 실제 운영 측면에서 문제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다만 안 지사의 급등세에는 긴장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원 중 안 지사의 중도·보수적 메시지에 호응하는 분들은 안 지사 쪽으로 다소 옮겨가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MBC 인터뷰에서 “대세론에 빠져 자만하거나 안주하거나 긴장을 늦추면 거꾸로 독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 지사와 좋은 경쟁을 한 후에 힘을 합쳐 정권교체를 하고 함께 국정운영을 하겠다. 여기에는 이재명 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도 포함된다”고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영상메시지 형태의 ‘주간 문재인’을 통해 공공부문에서의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사진, 학력, 출신지 등 ‘스펙’ 차별 없는 채용을 뜻한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