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섭(사진)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10일 “경제민주화는 일그러진 주제”라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신 교수는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제40회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 참석해 “대선 때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경제민주화 이야기가 나오고 관련 법안도 무더기로 나온다”면서 “하지만 원인 분석, 대안 제시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쪽은 정치민주화는 달성했지만 경제민주화를 하지 못해 문제가 누적되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외환위기는 급격하게 금융 자유화를 추진한 정부와 종합금융회사에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97년 이후 경제가 나빠진 건 재벌이 아니라 미국식 시스템을 가져왔기 때문”이라며 “미국식 구조조정인 정리해고 도입으로 비정규직이 급증했고, 스톡옵션 도입으로 경영진 임급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정치권이 내놓는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해 ‘연목구어’(緣木求魚·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재벌을 때려서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처럼 양극화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외국인투자자는 생산 주체가 아니라 돈을 빼가는 주체”라며 “생산적 지분을 가진 이들이 계속 고용 창출, 생산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정모 한국경제학회장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외 리스크가 큰 상황인데 경제 컨트롤타워는 고사 직전이고, 기업가는 발이 묶여 있다”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리스크를 확대 재생산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고 날을 세웠다.
구 회장은 “올해 대선에서 포퓰리즘 공약이 판치지 않게 학회 차원에서 감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9일에는 박병원 경총 회장이 “돈 쓰는 일자리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면서 정치권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대책을 비판했다. 또 “청년 일자리 창출을 정부와 정치권에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초과근로 축소, 일·가정 양립 확산 등 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경제민주화는 일그러진 주제”… 경총, 연일 정치권 비판
입력 2017-02-11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