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를 말한다-<5> 롯데 조원우 감독] “사직구장을 다시 노래방으로 만들겠다”

입력 2017-02-10 18:32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지난해 6월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앞서 선수들이 연습하는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조 감독은 “지난해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며 “올 시즌에는 준비를 열심히 해 사직구장을 거대한 노래방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뉴시스

“초보 감독으로서의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올해는 지난해 갖고 있었던 생각을 모조리 바꿀 겁니다.”

롯데 자이언츠는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구도(球都)’ 부산의 팬들은 화가 났다. 매년 100만명 이상의 구름 관중이 모여 사직구장을 거대한 노래방으로 만들었던 팬들이 야구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85만명에 그쳤다. 자연스럽게 사령탑 조원우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지난달 말 인터뷰한 조 감독은 연신 “죄송하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는 쌍방울 레이더스 시절 ‘돌격대장’으로 불리며 롯데에 근성을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경기 내용이 실망스러웠다.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이에 대해 그는 초보감독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조 감독은 “지난해엔 내 생각대로 된 게 하나도 없었다”며 “플랜A가 무너지니 방법이 없었다. 감독으로서 플랜B와 플랜C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플랜A가 무너진 계기는 선수 부상이었다. 그는 “지난해에 뜻하지 않는 부상이 많았다. 문규현과 오승택, 황재균 등 내야수들이 초반 이탈했고 강민호도 중요한 시기인 여름에 무릎을 다쳐 빠졌다”며 “이에 대한 대비도 부족했다”고 반성했다. 투수 쪽에서도 토종 에이스 송승준이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거의 소화하지 못했다.

이에 조 감독은 “지난해와 생각을 모두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모든 경우의 수를 가정하고 선수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부상 등으로 시즌 중 빠지는 주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지훈련에서 유망주 육성을 많이 하겠다고 소개했다. 그 대상으로 내야수는 김상호와 김동한, 외야수는 나경민, 투수는 박진형과 박시영 등을 꼽았다.

조 감독은 올 시즌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강한 선발 라인업 만들기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지훈련에서 투수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며 “외국인 선수 두 명과 박세웅, 박진형, 노경은, 박시영, 김원중에게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펜에 대해선 “필승 듀오 윤길현과 손승락이 자리를 잡아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감독은 투수력 강화를 위해 쌍방울과 SK에서 함께 했던 김원형 코치를 올 시즌을 앞두고 팀에 합류시켰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파커 마켈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조 감독은 “1년 내내 관찰한 라이언 사도스키 코치의 말을 많이 따랐다”며 “그래서 더욱 믿음을 줄 것 같다”고 전했다.

조 감독은 팬들에게 “올해는 선수들 관리를 잘해 좋은 성적이 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 선수들도 마음가짐이 달라져 있다”며 “사직구장을 거대한 노래방으로 만들어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얼마 후 이대호가 롯데로 복귀했다. 조 감독은 이대호 복귀에 대해 “황재균이가 빠지고 타선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이대호가 합류해 정말 기쁘다”며 “이대호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야구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이대호를 4번, 1루수로 고정시킬 계획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