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누리당 ‘도로 친박당’ 되려고 작정했나

입력 2017-02-10 17:22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하자 새누리당은 국민 앞에 납작 엎드렸다. 국정농단 사태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분당까지 겪자 외부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해 친박계 핵심 의원들을 쫓아내고 당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겠다며 부산을 떨었다. 보수의 가치를 담아내는 정당이 되겠다고 거듭 다짐하며 당명도 자유한국당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런데 근래 새누리당에 대해 ‘도로 친박당’이 되려고 작정한 것이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이 당에 거의 온전하게 남아 있어서만은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 인용에 반대하는 태극기집회 참가자가 늘자 이에 편승하려는 행태가 노골화되고 있는 것이다. 엊그제 친박계 윤상현 의원이 주최한 ‘태극기 민심은 무엇인가’라는 토론회에서는 탄핵 반대를 위한 길거리 투쟁을 선동하는 목소리가 넘쳐났다. 당초 탄핵에 찬성했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대한민국 대통령 중에서 박 대통령보다 깨끗한 사람은 없다. 대통령이 너무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다닌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원유철 의원은 10일 “박 대통령은 탄핵 심판이 기각되면 그냥 있는 그대로 법에 따라 국정 운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기를 다 채워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새누리당 측의 이러한 인식은 대다수 국민과는 동떨어진다. 여전히 국민의 80% 정도는 헌재가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 탄핵소추 때와 별만 달라진 게 없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일부의 대통령 동정 여론만 보고 예전으로 되돌아가려고 하는 것이다. 지도부는 야당의 촛불집회 참석을 비판하면서도 소속 의원들이 태극기집회에 가는 것은 자율에 맡기겠다며 방치하고 있다. 당명 빼곤 바뀐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새누리당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