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춤을… 매력 점수는?

입력 2017-02-12 21:14
무용수와 독일제 산업용 기계팔이 함께 춤을 추는 로봇 공연 '황이&쿠카'의 한 장면.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함께 전 세계 극장에서 로봇이 배우나 무용수로 나오는 공연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방적인 설치 퍼포먼스였던 과거와 달리 21세기 이후엔 로봇과 인간이 쌍방향으로 앙상블을 이루는 공연을 지향하고 있다.

한국에서 로봇 공연이 화제가 된 것은 지난 2013년 페스티벌 봄에 히라타 오리자의 ‘사요나라’가 초청되면서부터다. 인간과 유사한 외모를 가진 안드로이드를 배우로 세운 이 작품은 로봇이 일반화될 미래 사회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히라타는 국내에도 과학 연극 시리즈 등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극작가 겸 연출가. 그는 2008년부터 세계적인 인공지능 로봇 권위자인 이시구로 히로시와 함께 로봇 연극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201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그의 ‘사요나라’와 또다른 로봇 연극 ‘일하는 나’가 우리나라에 초청되는 등 전세계 공연장으로부터 앞다퉈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의 로봇 연극이 단순한 볼거리가 아닌 심도있는 토론을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최근 ‘예술과 기술의 융복합 콘텐츠’ 생산을 주도한 곳은 문화창조융합벨트 문화창조벤처단지다. 서울시 중구 문화창조벤처단지 내 공연장인 셀스테이지를 운영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우수한 해외 융복합 콘텐츠를 국내에 소개하는 기획 프로그램 3편 가운데 2편을 로봇 공연으로 채웠다. 지난 1월 미국 안무가 블랑카 리의 ‘로봇’과 오는 14∼18일 대만 안무가 황이의 ‘황이&쿠카’다.

하지만 블랑키 리의 ‘로봇’은 인간 무용수들와 로봇들이 무대에서 함께 움직이는 퍼포먼스에 머물렀다. 이 작품이 초연된 2013년엔 로봇이 등장하는 자체만으로 흥미로웠겠지만 인공지능까지 탑재된 로봇이 나오는 현재 시점에선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져주지 못했다.

‘황이&쿠카’는 무용수과 독일제 산업용 기계팔이 함께 춤을 추는 작품이다. 2013년 초연된 이 작품은 당시엔 “복잡한 기술과 뛰어난 예술의 놀라운 조합”이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4년이 흐른 지금도 유효한지는 관객들이 직접 확인해야 할 것 같다.

다만 ‘황이&쿠카’의 경우 부대 행사로 아티스트 토크만이 아니라 16일 일본 야마구치 정보예술센터(YCAM)의 워크숍이 예정돼 있어 눈길을 끈다. YCAM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미디어센터로 그동안 예술과 기술의 결합 분야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왔다. YCAM의 방한은 2017년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황이와의 인연으로 성사됐다. YCAM이 들려줄 그동안의 사례 및 국내 융복합 공연 관계자들과의 대화가 더 흥미로운 시간이 될 전망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