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의 나라’ 소말리아, 민주주의 싹을 틔우다

입력 2017-02-10 05:01
테러와 해적활동이 판쳐 국제사회의 속을 썩인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8일(현지시간) 새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1991년 시아드 바레 정권 이후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중앙정부가 되살아날 조짐이다. 유엔과 범아프리카 정부 간 기구인 아프리카연합(AU)도 부패와 독재 정치로 얼룩졌던 땅에서 민주주의가 꽃피어날 희망이라고 보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AP통신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모하메드 압둘라히 파르마조(54·사진) 전 총리가 이날 수도 모가디슈에서 진행된 대통령 간접선거에서 당선됐다. 파르마조는 후보 21명이 도전한 1차 투표에서 상위 3명 안에 들었다. 2차 투표에선 가장 많은 184표를 얻어 현 대통령 하산 셰흐 마하무드(97표)를 꺾었다.

파르마조는 당선 수락연설에서 “나의 승리는 소말리아 사람들의 승리”라면서 “통합의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소말리아의 민주주의를 되찾고 부패와의 전쟁을 시작하겠다”고 천명했다. 테러와의 전쟁을 향한 의욕도 드러냈다. 마하무드도 패배를 인정하고 “역사가 시작됐다.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게 됐다”고 당선을 축하했다.

62년 모가디슈에서 태어난 파르마조는 80년대 중반부터 주미 소말리아 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했다. 미국과 소말리아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 2010∼2011년 8개월간 소말리아 총리직을 역임하면서 정치적 기반을 다졌다.

대선은 당초 지난해 치러질 예정이었지만 내전과 테러 위협으로 수차례 연기됐다. 특히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샤바브가 주 경계 대상이었다. 대선은 결국 그나마 안전한 모가디슈 공항에서 삼엄한 경계 속에 치러졌다.

소말리아는 1060만 인구 대부분이 기근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다. 하지만 홍해와 인도양이 맞물리는 지점에 위치해 지정학적 요충지로 통한다. 국제사회가 힘을 합해 소말리아 주변의 해적을 퇴치하려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인근 지부티에는 미국, 일본, 한국, 프랑스 등이 군사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