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9일로 합의했던 대면조사를 취소한 박근혜 대통령 측에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양측의 기세싸움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특검은 애초 양보했던 비공개 조사 계획을 철회하고, 대면조사 문제와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연계해 대응하겠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양측의 대화가 중단된 상태여서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일러도 다음주에나 성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규철 특검보는 9일 정례브리핑에서 “특검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을 외부로 유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전날 박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대면조사를 취소하며 빌미로 삼은 ‘대면조사 일정 유출 책임론’을 정면반박했다. 특검보 중 1명을 유출 진원지로 지목한 것도 “내부적으로 파악해 본 결과 특검보 4명은 일절 정보를 유출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특검은 그동안 언급을 피해왔던 대면조사 조율 상황도 공개했다. 이 특검보는 “사전 협의 과정에서 시기와 장소, 조사방식 등 박 대통령 측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고 했다. 앞서 양측은 9일 청와대 비서동인 위민관에서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비공개 진행키로 합의했었다. 특검법 12조에 따라 조사일정을 사전에 공개할 수 있지만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경호상 문제 등을 최대한 배려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언론 보도를 이유로 조사 하루 전날 일방적으로 취소 결정을 한 박 대통령 측을 겨냥한 항의 성격이 강하다.
특검과 박 대통령 측이 정면으로 맞서면서 대면조사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양측의 협상 채널도 잠시 끊긴 상태다. 청와대 측은 대면조사 재협상의 전제로 신뢰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특검은 “합의를 어긴 적 없다”며 더 이상 박 대통령에게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특검 관계자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은 가급적 피해 조사를 조율할 생각”이라고 했다. 비공개 조사 계획 역시 철회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대면조사 여부가 특검 수사기간의 연장 여부와 직결될 수 있다”며 박 대통령 측을 압박했다.
결국은 양측이 대면조사 일정 협상을 위해 마주앉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특검 입장에서는 국정농단 사태의 종착지인 박 대통령의 직접 조사 없이는 수사 결론을 내기 힘들다. 수사기간이 2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을 일단 조사 테이블에 앉히는 게 당면과제다. 특검이 대면조사 협상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향후 조율 과정에서 박 대통령 측의 비공개 조사 요구를 다시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
박 대통령 역시 대면조사를 끝까지 피할 수는 없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치 중대 범죄 혐의가 있어서 조사를 회피하는 모습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직접 조사에 응함으로써 지지층에게 자신의 결백을 강조할 수도 있다는 게 청와대 내부 시각이다. 다만 현재 양측의 대화채널이 끊겼고, 감정적으로도 격앙돼 있는 만큼 조사 시점은 다음주쯤으로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특검 “당초 양보 비공개조사 철회 수사기간 연장 요청 연계” 초강수
입력 2017-02-09 18:33 수정 2017-02-09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