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1·구속 기소)씨가 9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자진 출석했다. 최씨가 제 발로 조사실에 나온 것은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처음이다. 다만 수사 협조가 아닌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에 앞서 탐색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출석한 성격이 짙다.
최씨는 특검의 첫 소환조사 이후 건강 악화와 강압수사 등을 주장하며 특검 소환에 7차례 불응했다. 비협조적인 최씨 수사를 위해 특검은 두 차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조사를 벌여야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최씨가 진술거부권(묵비권)을 행사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못했다.
최씨가 마음을 바꿔 특검팀 소환에 응한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최씨가 자진 출석한다고 해 특검에서 상당히 기대를 했지만, 확인해본 결과 여전히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특검에서 질문하는 내용에 대해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씨가 특검의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 앞서 뇌물죄 수사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특검 소환에 순순히 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씨가 특검이 확보한 뇌물죄 관련 증거와 진술, 예상 질문 등을 사전에 파악해 박 대통령 측 대응 논리를 도우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날 특검팀은 최씨를 상대로 박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그룹으로부터 대가성 자금을 받았다는 뇌물수수 혐의 등에 대해 주로 물었다. 최씨는 변호인 입회하에 조사를 받으며 특검 질문을 꼼꼼히 따졌다고 한다.
특검팀은 삼성 특혜 수사와 관련해 전날 정은보(56)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김학현(60)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비공개로 불러 밤샘 조사를 벌였다. 특검팀은 앞서 정찬우(54) 전 금융위 부위원장도 비공개 소환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최씨 딸 정유라(21)씨 이화여대 특혜 입학·학사 비리와 관련해 최경희(55) 전 이대 총장을 재소환했다. 특검팀은 조사 내용을 토대로 조만간 최 전 총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황인호 기자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inhovator@kmib.co.kr
버티던 崔, 왜 특검 자진출두했나
입력 2017-02-09 18:12 수정 2017-02-10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