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중도보수를 지향했던 바른정당이 존재감을 잃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지만 당 지지율은 최하위로 추락했고 대선주자들도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수도 진보도 아니라고 공격받는 어중간한 스탠스에 변화를 주지 못할 경우 당 존립마저 흔들릴 것이라는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바른정당 지지율은 9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45.4%) 새누리당(13.8%) 국민의당(10.5%) 정의당(6.8%) 바른정당(5.8%) 순이었다. 여론조사업체인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 의뢰로 지난 6∼8일 19세 이상 150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 포인트, 응답률 8.3%,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다.
바른정당은 처음으로 정의당에 밀렸다. 바른정당은 창당 당시 지지기반으로 설정했던 중도와 보수, 양쪽에서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차기 대선에 관심이 집중된 국면에서 바른정당 소속 대선주자들이 제대로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한 탓도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중도층은 안희정 충남지사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지지하는 흐름을 보였다. 강경 보수층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지지세가 강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치고 나가는 상황에서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이 바른정당보다는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쪽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보수진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높아졌다. 하지만 바른정당은 이러한 상황을 지지층 확보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바른정당의 지지기반이 될 수 있는 합리적 성향의 보수층은 무당층으로 옮겨가거나 아예 야권 지지층으로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내부에선 “‘새누리당 시즌2’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기성 정당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자성론도 제기된다. 김용태 의원은 “‘바른정당은 여전히 보수’라고 주장하거나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최근 벌어지는 헌정질서 파괴 등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고 바른정당 스스로 자기 확신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다른 의원은 “우리가 과거의 보수세력에 아쉬워하는 것처럼 비춰지다보니 정체성 시비에 휘말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등 당내 대선주자들을 띄우는 것도 급선무지만 현재로선 마땅한 반전 카드를 찾기가 쉽지 않다. 당내에선 불출마 선언을 했던 김무성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등판해 흥행 몰이에 나서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이후 대선구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마저도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했다.
글=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개혁·중도보수 지향했지만… 길 잃은 바른정당
입력 2017-02-10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