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대면조사 “응한다는 입장 변함 없다”면서도… 靑 노골적 시간끌기

입력 2017-02-09 17:24 수정 2017-02-09 21:15
청와대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를 한 차례 연기한 9일 “조사에 응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단 ‘특검과 신뢰가 회복되면’이란 모호한 단서를 달았다. 여차하면 또 한번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은 셈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대면조사 시점은 다음주 초”라는 말이 나오지만 이 역시 불투명하다. 박 대통령 측의 지연전술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 변호인단과 특검이 다시 대면조사 일정을 조율할 것”이라며 “신뢰가 형성되면 가급적 빨리 조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특검의 도 넘은 여론몰이에 항의의 뜻을 밝힌 것”이라며 “대면조사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전날 특검의 조사일정 사전 유출을 문제 삼아 9일 예정됐던 대면조사를 미뤘다.

청와대는 대면조사 무산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미 한 차례 검찰 수사 협조 약속을 어긴 적이 있다. 특검 수사마저 피하기엔 명분도 실익도 없다는 의견이 많다. 비난 여론도 부담이다. 조사를 차일피일 미뤘다가 특검 수사기간 연장의 빌미를 줄 소지도 있다. 특검은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 대면조사 여부가 수사기간 연장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사 일정을 연기한 건 수사의 불공정성을 부각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며 “보수층을 겨냥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대면조사 거부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는 조사 시점과 장소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다만 “이번 주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다음주 초·중반을 염두에 둔 분위기다. 장소는 여전히 청와대 경내를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는 특검이 대면조사 비공개 거부 가능성을 내비치자 난색을 표했다. 한 관계자는 “그런 부분도 다시 논의해야겠지만 특검과 변호인단이 조사 후 공개 방침에 합의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