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결정을 둘러싸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헌재의 2월 말 결정 무산이 현실화되면서 ‘촛불 대 태극기’ 세력 간 갈등이 점차 첨예화되고 있다. 탄핵 인용 분위기가 우세하지만 기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정치권 일각의 기류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헌재를 향한 직접적인 압박도 서슴지 않고 있다. 때문에 11일로 예정된 양측 집회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나아가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우리 사회가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먼저 불을 지핀 쪽은 야권이다. 야3당 대표들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퇴임일인 다음 달 13일 이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용’이라는 단어도 직접 사용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연일 “촛불을 더 높이 들어야 한다”며 촛불집회 총동원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민주당 의원들은 11일 촛불집회에 일제히 참석하기로 했다. 탄핵 기각 땐 보수층이 재결집하며 대선판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이 끝날 때까지 지지층을 묶어두기 위한 수단으로 촛불을 재활용하자는 구상이다. 특히 민주당은 보-혁 지지층 간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중도표를 흡수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권이 헌재를 향해 탄핵 인용을 촉구한 것은 3권분립과 법치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광장의 열망을 자신들의 입지 강화를 위해 재활용하겠다는 발상은 너무나 무책임하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발언처럼 헌재는 3월 초 전후 결정을 목표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근거 없는 탄핵 기각설에 발끈할 게 아니라 차분히 지켜볼 때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행태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박 대통령 측은 새누리당에 탄핵 기각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이에 화답해 일부 의원들이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데 이어 다음 주부터 ‘반성투어’라는 이름 하에 전국을 돌며 지지세 확산에 나서기로 했다. 또 슬그머니 ‘4월 퇴진, 6월 대선’이라는 ‘질서 있는 퇴진론’을 흘리며 탄핵 심판 지연을 꾀하고 있다. 보수층의 위기의식을 자극해 다시 한번 그들의 중심에 서겠다는 얄팍한 발상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직간접 책임자임을 명심하고 자중해야 한다.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차대한 일이다. 헌법의 가치와 규정에 따라 진행되는 게 마땅하다. 촛불 또는 태극기 지지세력들은 헌재를 믿고 기다리는 게 우선이다. 탄핵 심판 결정에 당파적 이해가 개입돼선 안 된다. 여야 정치권의 장외 선동은 갈등과 대립만 더 키울 뿐이다. 누차 지적했지만, 차기 대선 후보들은 헌재 결정에 무조건 승복하겠다는 자세를 갖는 게 지당하다.
[사설] 헌재의 결정 이후가 더 걱정이다
입력 2017-02-09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