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다음주 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병처리 결정을 예고한 상황에서 삼성그룹 일부 계열사의 재무담당 임원들을 잇달아 소환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삼성 계열사들이 출연금을 내기로 결정한 과정과 자금 조성 경위 등을 파악 중인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최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물산 등의 재무담당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에스원, 제일기획 등의 재무담당자도 이미 특검에 소환됐거나 소환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무담당자들이 소환된 삼성 계열사는 모두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 재단에 돈을 낸 삼성 계열사는 삼성전자(60억원) 삼성생명(55억원) 삼성화재(54억원) 삼성물산(15억원) 에스원(10억원) 제일기획(10억원) 등 6곳으로 출연금 총액은 204억원이나 된다.
특검은 지난달 16일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특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삼성 계열사들이 낸 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판단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 정부가 도움을 준 대가로 돈이 지급됐다고 의심한 것이다.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이후 보강수사에 착수한 특검은 재단 출연금을 낸 삼성 계열사 자금의 출처와 성격을 정밀조사하고 있다. 특히 출연금을 집행하고 그룹 미래전략실 의견을 주고받는 주요 창구 역할도 맡고 있는 재무담당자 조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검은 또 미르·K스포츠재단에 삼성 계열사들이 기부금을 내기로 한 결정이 1∼2일 만에 초스피드로 이뤄진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재무담당자들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 계열사에서 출연금 관련 안건을 올린 당사자 및 출연 결정에 관여한 대상자들도 일일이 파악하고 있다. 일반적인 재단 출연금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사이에 차이가 없는지 등도 따져보고 있다.
특검이 이 부회장의 새로운 범죄혐의를 찾기 위해 재무담당자 소환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이 무리한 출연금 지출을 계열사에 강요해 피해를 입힌 사실이 드러나면, 배임 등의 혐의를 새롭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은 다음주 중 이 부회장 보강조사를 마무리하고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 등을 결정한다. 삼성 출연금 수사가 다른 기업의 출연금 수사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특검이 이 부회장 영장 재청구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단독] 특검, 이재용 새 혐의찾기?… 6개 계열사 임원 줄소환
입력 2017-02-1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