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스카이(SKY)’ 대학의 재학생 70%가량은 국가장학금 혜택이 필요 없을 정도의 ‘있는 집’ 자녀들로 분석됐다. 저소득층은 10% 남짓이었고, 중간 소득 가정은 이들 명문대 입학이 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격차가 사교육비 격차로 나타나고 다시 학력과 학벌 격차로 이어지는 병폐가 수치로 확인됐다. 대학입시 제도를 정점으로 하는 공교육 시스템은 부와 가난의 대물림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국민일보는 9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입수한 ‘국가장학금 신청자 소득분위 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재학생 5만6000여명의 소득 수준을 분석했다. 부유층 자녀가 많은 고교나 지역 학생들이 명문대에 상대적으로 많이 입학한다는 문제 제기는 꾸준히 있어왔지만 정부 공식 통계로 소득 격차가 확인된 건 처음이다.
대학정보 공시 시스템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1학기 이 세 대학에 다닌 재학생은 5만6392명이었다. 재학생 중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인원은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2만6718명이었다. 신청자 가운데 최상위 계층인 10분위가 8885명, 그 아래 9분위는 2658명이었다. 이들 1만1543명은 장학금을 받지 못했다. 장학금 신청자의 43.2%, 전체 재학생의 20.47% 수준이다.
국가장학금을 신청하면 학생 가정의 재산과 소득 수준이 드러난다. 한국장학재단은 보건복지부 사회보장 정보 시스템을 통해 기초생활수급자부터 10분위까지 학생 가정을 모두 12개 계층으로 구분해 국가장학금을 차등 지급한다. 월 소득과 재산, 부채 자료로 ‘월 소득 인정액’을 산출한다. 9, 10분위는 고소득층으로 간주해 국가장학금을 주지 않는다. 9분위는 월 982만8236∼1295만5402원, 10분위는 1295만5402원(올해 1학기 기준)을 초과하는 가정이다.
9, 10분위 인원과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은 미신청자 2만9674명을 더하면 4만1217명(재학생의 73.1%)이 된다. 재학생 10명 중 7명은 국가장학금이 필요 없을 정도로 넉넉한 형편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미신청자 다수는 재산과 소득이 드러나길 원치 않거나 등록금 부담이 별로 없는 ‘있는 집’ 자녀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기초생활수급자∼2분위 계층은 6476명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 799명, 차상위 587명, 1분위 2639명, 2분위 2451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재학생 대비 11.48%다. 중간 소득 계층은 저소득층보다 스카이 진입이 어려웠다. 중·하 소득으로 분류되는 3∼5분위는 4057명(7.19%), 중·상 소득인 6∼8분위는 4642명(8.23%)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 자녀가 중위 소득층 자녀보다 많은 이유는 대학이 경제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대입 전형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가장학금 미신청자와 9, 10분위 인원을 합친 비율은 서울대 74.73%, 고려대 72.27%, 연세대 72.56% 순으로 대동소이했다.
■국가장학금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단 소득과 재산이 많아 등록금 부담이 덜한 소득 상위 20%(소득 9·10분위)는 제외다. 저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서다. 대학 자체 장학금도 국가장학금 신청을 통해 드러난 소득 수준에 따라 지원되는 경우가 많다. 재산과 소득이 드러나길 꺼리는 부유층이 아니면 웬만해선 국가장학금을 신청하는 이유다.
이도경 오주환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단독] SKY엔 ‘금수저’들이 산다… 재학생 10명 중 7명 부유층
입력 2017-02-09 17:32 수정 2017-02-09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