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늘어나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확 꺾였다. 1월에 8000억원이 늘어 지난해 12월 증가액(3조6000억원)의 4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주택거래량 자체가 줄었고 대출금리 상승이란 요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11·3대책 등 정부의 부동산 대출 관련 규제가 강화된 탓이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17년 1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1월 말 현재 533조700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12월 말과 견줘 8000억원 늘어났다. 2014년 3월 7800억원 증가 이후 34개월 만에 가장 적은 월별 증가액을 기록했다. 2014년 이래 매달 평균 3조원 이상 늘어나던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 급제동이 걸린 것은 확실하다.
한은은 계절적 비수기에 따른 주택거래 둔화와 대출금리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1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이 5000가구에 그쳐 지난해 11월 1만1000가구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지난해 9월 연 2.80%에서 12월 3.13%로 높아졌다.
한은 금융시장국 관계자는 “겨울철 이사를 덜했고 금리도 조금 올랐는데, 이런 추세가 지속될지는 2∼3월 지표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정부 규제로 인한 은행권 대출요건 강화로 비은행권으로 대출을 옮겨가는 경우도 늘고 있다. 따라서 비은행권 지표와 함께 봄철 주택담보대출 추이까지 살펴봐야 가계부채 급증세가 실제 완화된 것인지 결론내릴 수 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겨울방학 이사철 특수에 이어 봄 이사철 시장도 신통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둔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주택거래량이 지난해 105만건인데, 올해는 10만건 이상 줄어든 90만건대로 예측되고 있다”며 “거래량과 대출규모는 비례관계이므로 동반 축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가계대출을 구성하는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은행권 신용대출도 1월 7000억원 감소를 기록했다. 설을 맞아 기업들이 상여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아 가계에선 이를 빚 상환에 쓴 것이다. 둘을 합친 은행권 가계대출 총액은 1월 말 708조원으로 12월 말에 비해 1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이 역시 2014년 1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적은 증가폭이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급제동 걸린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입력 2017-02-10 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