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뻗은 삼나무 숲길의 풍광. 제주의 대표 ‘힐링명소’로 떠오른 겨울 ‘사려니숲’에는 눈을 뚫고 피어난 노란 꽃이 숨어있다. ‘복수초’로 알려진 작고 단아한 ‘얼음새꽃’은 이 시기 트래킹을 선택한 이들에게 새해 희망의 기운을 안겨준다.
제주관광공사는 ‘2월 제주 관광지 10선’의 하나로 제주시 봉개동에서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까지 이어지는 ‘사려니숲길’을 추천했다. 숲은 비자림로에서 시작해 물찻오름∼사려니 오름을 거친다. 황폐화되기 시작한 산림도로를 회복시켜 사람이 다니는 아름다운 길로 조성됐다.
‘사려니’는 ‘신성한 숲’ 혹은 ‘실 따위를 흩어지지 않게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라는 뜻을 지녔다. 숲길을 거닐면 상쾌한 삼나무 향에 취해 마치 온 몸이 포개진 듯한 느낌에 빠진다. 해발 500∼600m에서 평탄하게 이어지는 약 15㎞의 산책길. 길 위에서 만난 ‘얼음새꽃의 장관’은 숲이 탐방객들에게 보답하는 최고의 선물이다.
탐방객과 더불어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도 사려니숲을 찾았다. 이즈음 숲길 안에서는 마치 작은 결혼식이 열린다. 숲길은 ‘에코힐링’의 장소를 넘어 예비부부들의 웨딩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웨딩촬영에 나선 예비부부들에게는 숲길에 놓여진 풀과 나무, 꽃과 흙 모두가 추억을 담기 위한 귀중한 소재다.
새봄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김유리(26·서울 관악구)씨는 앞서 결혼한 친구들이 사려니숲길에서 촬영한 웨딩사진을 보고 이곳을 촬영지로 정했다. 김씨는 “아름다운 곳에서 인생의 가장 소중한 순간을 담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며 “기대 이상의 사진이 나올 것 같아 최고의 촬영지를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시는 탐방객들의 편의를 위해 차량 168대가 들어설 수 있는 사려니숲길 주차장 조성을 마무리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
[고향산책-제주 겨울 ‘사려니숲’] 해발 600m의 삼나무 산책길 15㎞, 얼음새꽃 장관·웨딩촬영지로 각광
입력 2017-02-09 17:20 수정 2017-02-09 2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