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엎친 데 구제역 덮쳐… 지자체 축제도 함께 ‘매몰’

입력 2017-02-09 17:19
조류인플루엔자(AI)가 진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제역 파동까지 겹쳐 지방자치단체들의 축제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9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유례없는 AI로 해마다 치러온 정월 대보름 행사가 대부분 취소 또는 연기됐다. 국내 최대의 달집태우기로 유명한 경북 청도군은 11일 열기로 한 정월대보름 행사를 취소하고 지주목과 솔가지 등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경주시도 양동민속마을 민속놀이와 서천둔치 달집태우기 등을 취소했고 포항시는 청하면 등 12개 읍·면·동별 민속행사와 달집태우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전북에서도 각종 대보름맞이 행사가 전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임실필봉농악보존회(회장 양진성)는 필봉마을에서 11일 개최하려던 정월대보름맛굿 행사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전북도립국악원의 대보름 공연과 전주 기접놀이, 김제 입석줄다리기 등도 구제역 확산 우려로 인해 무산됐다. 부안군은 줄포전국민속놀이대회·부안정월대보름민속제 등 4개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으며 고창군은 10일로 예정된 ‘제36회 고창오거리당산제’ 개막일을 26일로 늦췄다. 대신 전북도는 정월대보름 행사장 등에 발판소독조를 설치하고 차량소독을 위한 분무소독기를 배치하는 등 가축전염병 방역대책을 마련했다.

강원도 삼척시 대표축제인 정월대보름제 행사는 구제역 여파로 대폭 축소됐다. 삼척시는 10∼12일 엑스포광장 일대에서 열 예정이던 ‘삼척정월대보름제’ 행사 가운데 기줄다리기를 제외한 나머지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정월대보름 당일인 11일 하루만 규모를 대폭 줄인 행사를 갖는다. 삼척시 역시 차단방역을 위해 행사장 주 출입구에 차량방역소독과 방문객 개인소독장 2개 초소를 운영하기로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해마다 3월에 집중돼온 봄꽃 축제에 대한 타격이다. 봄꽃이 개화하는 다음달을 앞두고 다양한 꽃 축제를 준비해온 남쪽의 지자체들은 AI와 구제역 확산 추이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해남땅끝·광양의 매화축제, 구례산수유축제 등을 준비해온 전남지역 지자체들이 가장 울상이다.

축제가 취소될 경우 대행사 등에게 선불로 지급한 계약금 등을 떼이는 것은 물론 50만∼100만명씩 관광객 유치로 예상되던 짭짤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물거품이 된다.

전남도 관계자는 “봄꽃 축제가 취소되면 당장 숙박업소와 음식점, 장터 등이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된다”며 “관광객이 몰리는 축제는 당분간 열지 말라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행정자치부의 권고를 묵살할 수도 없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전국종합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