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김지방] 김창렬, 아파트, 카톡

입력 2017-02-09 17:16

먼저 말하자면, 나는 DJ DOC의 노래를 좋아한다.

얼마 전 DJ DOC의 멤버 김창렬씨와 관련된 판결이 있었다. ‘김창렬의 포장마차’라는 이름으로 순대볶음, 어묵, 족발 등을 편의점에 납품한 회사가 부실하게 상품을 만들어 ‘창렬스럽다’는 말까지 생겼다는 사건이었다. 김창렬씨는 명예 훼손과 정신적 손해로 1억원의 위자료를 달라고 소송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소송을 기각했다. 판결문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원고(김창렬)와 피고(식품회사)는 이 사건 광고모델 계약 및 개발상품 사용동의서에서 피고가 제조하여 판매할 상품의 품목 및 판매처 등에 대하여만 개략적으로 정하였을 뿐 그 상품의 가격, 포장, 내용물의 중량, 기타 상품의 전반적인 품질 등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아니하였다.”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이게 첫 번째였다. 김창렬씨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겠지만, 판사의 시각에 동의한다. 연예인들은 보통 광고모델로 돈 벌 생각만 했지, 자기 이름으로 팔릴 제품이 얼마나 충실하게 만들어질지는 관심이 없어 보일 때가 많다.

아파트 광고가 대표적이다. 드라마 대장금으로 한류를 대표하는 연기자가 된 이영애씨는 자이 아파트를 광고했고, 신민아씨는 래미안, 고소영씨는 힐스테이트, 김남주씨는 푸르지오 아파트를 얼른 분양받으라고 아름다운 미소로 유혹했다. 덕분에 아파트 값이 치솟았고, 서민들의 부동산 시름은 더 커졌고, 부실시공에 열 받은 입주자들은 비싼 모델료 주느라 아파트는 대충 지었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모델로 나온 배우들은 서울 시내에 자기 빌딩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교외의 넓은 땅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님과 함께’ 살기도 했다. 자기 얼굴을 내걸고 아파트에 살라고 광고하면서 그래도 되는 걸까. 그 아파트에 층간소음으로, 빗물로, 부실공사로 하자가 생기면 여배우들은 무슨 책임을 질 수 있나.

내 한탄에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다. 무슨 소리. 광고모델이 자기 제품에 책임지는 사람 봤냐.

봤다. 김혜자씨의 조미료 광고(그러고 보니 이분도 도시락 모델 했는데 ‘혜자스럽다’는 가격에 비해 좋은 상품이란 의미가 됐다), 안성기씨의 인스턴트커피 광고. 이분들은 광고를 고를 때도 신중하다. 많은 돈을 준다는 광고도 사양한다. 자기 이름과 얼굴을 믿고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줘선 안 된다는 이유다.

연예인 욕하려고 이 칼럼 쓰는 게 아니다. 사실은 반성문이다. 촛불집회와 탄핵반대집회 기사를 지면에 보도하는 월요일이면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며 항의하는 전화가 온다. 기자가 직접 현장에 가보고 썼으니 믿어 달라고 하면 이렇게 반박한다.

“무슨 소리! 내가 카톡으로 다 받아봤는데, 기자 눈이 비뚤어진 거 아녀?”

카톡? 아, 그 가짜뉴스들. 느낌표 세 개와 ‘천지개벽’ ‘읽다보면 눈물이 저절로’ ‘충격증언’ 같은 말로 범벅된 카톡 메시지는 믿어도 신문기사는 못 믿겠다는 세상이구나. 세상 탓할 거 없다. 기자들은 김창렬씨 같은 히트곡이나 이영애씨 같은 미모도 없는 주제에 독자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카톡에 손가락 얹고 돌아본다. 답답하긴 하다. 기사에도 느낌표 세 개씩 집어넣으며 자극적으로 쓰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럴 순 없다. 콜라가 아무리 시원해도 그걸로 보리차나 국을 끓일 수는 없다.

어쨌든 독자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더 열심히 취재하고, 친절하게 써서, 더 쉽게 보여줘야 한다. 주먹 불끈! 가짜뉴스에 질 수 없다. 기필코 반드시 꼭 카톡보다 믿음 가는 기사를 써야겠다.











김지방 사회부 차장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