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민정준 이준행 교수 연구팀, 박테리아로 암 치료하는 기술 개발

입력 2017-02-09 04:03

국내 연구진이 암을 치료하는 박테리아를 만들어냈다. 식중독과 장염 등을 일으키는 병원균인 살모넬라균과 비브리오균을 유전공학적으로 융합해 강력한 항암 효과를 발휘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이제이’(以夷制夷·적을 이용해 적을 물리침)의 신개념 암 치료법이다.

전남대 의대 핵의학교실 민정준(사진)·미생물학교실 이준행 교수 연구팀은 박테리아를 이용한 암 면역치료 강화기술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 온라인판(9일자) 커버스토리로 채택됐다.

살모넬라균 같은 박테리아는 암 조직에 친화성이 강해 암에 걸린 생명체에 주입할 경우 정상조직에 비해 10만배 정도로 과다 증식한다. 면역세포(대식세포·수지상세포 등)도 활성화된다.

10여년간 항암 면역효과를 높이고 독성을 거의 없앤 살모넬라균주를 만들어온 연구팀은 여기에 항암 보조작용을 하는 비브리오균의 편모(플라젤린B)를 생산하도록 유전공학적으로 재설계했다.

민 교수는 “살모넬라가 암에서 플라젤린B를 만드는 것이 관찰됐고, 원발성 대장암과 전이된 대장암 쥐 모델에서 85∼90%의 암 치료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피부에 대장암을 이식한 쥐에 살모넬라균을 정맥주사했더니 24일 후에 암이 완전히 사라졌다.

살모넬라는 암세포만 콕 집어 면역세포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플라젤린B는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2단계로 암 치료를 극대화하는 원리다. 민 교수는 “추가 독성실험이나 임상시험 등을 거쳐 5∼10년 내에 신개념의 항암 치료제가 개발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