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함도’ 둘러싸고 韓·日 역사전쟁 조짐

입력 2017-02-09 05:03
일본 나가사키항 인근의 군함도(하시마) 전경. 1940년대 이곳에 수많은 조선인이 강제징용돼 해저 탄광 채굴 작업에 동원됐다. 왼쪽 위는 영화 ‘군함도’ 예고편의 한 장면. 배우 황정민(가운데) 등이 조선인 노동자로 나온다. 위키피디아

일본 극우 매체 산케이신문이 8일 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한국 영화 ‘군함도’에 대해 “내용이 날조됐다”고 주장하면서 한·일 간 역사전쟁이 벌어질 조짐이다. 군함도(軍艦島)가 영화에서 묘사된 것처럼 지옥 같은 섬이 아니었고, 당시 조선인 징용도 위법이 아니었다는 일방적 주장이다.

군함도는 나가사키항에서 19㎞ 떨어진 곳에 있는 하시마(端島)를 일컫는다. 섬 모양이 군함을 닮아 군함도라 불린다. 탄광 사업이 활발하다 1974년 폐광 이후 무인도가 됐다. 이곳은 지난해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중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러나 이 섬은 1940년대 수많은 조선인이 강제 징용돼 비인간적인 노동 착취를 겪은 곳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는 2012년 보고서에서 군함도에 조선인 노동자 500∼800명이 끌려와 강제 노동하다 12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오는 7월 개봉 예정인 ‘군함도’는 이런 사실에 기반한 영화다. 1945년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이 목숨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이야기다.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고 톱스타 송중기 황정민 등이 출연했다.

산케이는 참혹한 해저 탄광 광경과 함께 “우리는 그곳을 지옥섬이라 불렀다”고 설명하는 영화 예고편을 문제 삼았다. 신문은 과거 군함도에 살던 일본 주민들이 진실을 알리려 나섰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전 주민 일부는 지난달 모임에서 “조선인 노동자가 학대당했다는,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같았다는 거짓말이 횡행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마쓰모토 사카에(88)씨는 “한반도에서 온 가족이 군함도 아파트에 많이 입주했고 그들 자녀는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학교에 다녔다”고 주장했다.

산케이는 군함도에 끌려간 소년 광부에 관한 그림동화 ‘부끄러운 세계문화유산 군함도’(우리교육)도 공격했다. 신문은 한국계 일본인 정대균 도쿄도립대 명예교수가 논문에서 “전시 일본 탄광에 ‘조선 소년 광부’는 존재하지 않았고, 이는 위안부 소녀상의 소년판”이라고 주장한 것을 인용했다.

신문은 또 조선인 징용에 강제성이 없었고 국제법상 위법도 아니었다고 억지 주장을 폈다. 징용자 피해 배상도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해결됐다고 덧붙였다.

산케이 보도에 대해 류승완 감독이 즉각 반박했다. 류 감독은 MBC 인터뷰에서 “영화는 철저히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사실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자료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