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朴 대통령 대면조사’ 불발… 靑 트집잡기?

입력 2017-02-09 05:01
박영수 특별검사가 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로 출근하며 손바닥을 들어 보이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피하고 있다. 기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면조사 시기를 물었다.뉴시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국정농단 수사 마지막 고비인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가 막판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 대면조사 일정이 언론에 사전 유출되자 8일 양측은 서로를 유출 진원지로 의심하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9일 조사하려던 계획은 불발됐고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게 됐다. 특히 청와대가 특검을 “신뢰할 수 없다”고 드잡이하고 나서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를 아예 거부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협상 마무리 단계에서 특검이 조사 일자와 장소를 언론에 누설하는 바람에 신뢰가 깨졌다”며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를 전면 재검토하는 방향까지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밤 조사 시기(9일)와 장소(청와대 위민관)가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처음부터 다시 조율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관계자는 “비공개 원칙을 지키기로 해놓고 미리 흘리는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며 격앙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박 대통령 변호인단은 “대면조사 일정을 특검보 중 1인이 특정언론에 누설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특검에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반응은 특검 압박전략으로 보인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현직 대통령 대면조사인 만큼 특검에 주도권을 내줄 수 없다는 게 청와대 분위기다. 동시에 특검 내부 수사기밀 유출의혹이라는 별개의 사안으로 여론의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특히 박 대통령 변호인단은 “특검이 그동안 피의사실을 누설하고 심지어 수사기록이나 증거물을 통째로 언론기관이 유출해 왔다”며 수사 공정성에도 시비를 걸고 나섰다.

특검은 일단 말을 아꼈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면조사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사항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어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다”며 “추후 정리되는 대로 말씀드리겠다”고만 했다. 특검 내부에선 불편한 기색이 흘러나왔다. 한 특검 관계자는 “언론 보도내용은 특검에서 확인해준 내용이 아니다”며 “오히려 청와대 측에서 조사를 피하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맞받았다. 단순히 시점이 공개됐다는 이유만으로 불과 하루 전날 판을 뒤엎는 상황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특검은 9일 일정에 맞춰 사안별 조사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측 강경입장이 대면조사를 거부하려는 수순이라고 보는 시각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때도 대면조사를 거부한 전례가 있다. 검찰의 거듭된 대면조사 요청에 “기록검토 시간이 필요하다”며 조사시점 연기를 요구하다가 “공범 기소 이후에 응하겠다”고 재차 조사일정을 미뤘다. 나중에는 아예 특검 수사에 집중하겠다며 검찰의 요청을 무시하는 전략을 썼었다. 박 대통령 측이 특검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도 이를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청와대 측은 “대면조사 취소·거부가 아니라 연기”라며 “일정은 특검 측과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이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 지나치게 저자세로 대응하면서 상황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론의 관심이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비공개 조사에 합의해 박 대통령 측에 빌미를 줬다는 것이다. 특검 관계자는 “그런 상황까지 모두 고려하고 있다”며 “9일 입장을 내겠다”고 말했다.









정현수 권지혜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