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검증] 민주당은 친문 패권정당인가

입력 2017-02-09 05:01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 정당’이라는 용어는 여야를 불문하고 문재인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을 공격하는 단골 소재다.

정말 민주당은 문재인 패권주의 정당일까. 지난 두 차례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만을 보면 ‘표의 쏠림’ 현상이 압도적으로 나타나는 친문 정당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문 전 대표는 2015년 2·8 전당대회에서 총 득표율 45.30%로 당시 박지원 후보에게 불과 3.52% 포인트 차로 신승했다. 지난해 8·27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추미애 대표와 김병관(청년) 양향자(여성) 최고위원의 총 득표율도 각각 54.03%, 55.56%, 57.08%였다. 친문 진영의 대대적 지원 속에 지도부에 입성했지만 ‘친문 득표력’은 사실상 55% 전후라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줄곧 “민주당에 친문 패권은 없다. 친문 패권이 있다면 당대표 시절 그렇게 흔들릴 이유가 없었다”고 부인해 왔다.

하지만 정당의 핵심인 지도부와 국회의원 구성을 보면 친문 정당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민주당 지도부 10명 중 7명 정도는 친문으로 분류된다. 추미애 대표를 비롯해 전해철 양향자 김병관 최고위원이 친문으로 분류되고, 김영주 김춘진 송현섭 최고위원도 범친문으로 분류된다. 나머지 최고위원과 우상호 원내대표가 굳이 ‘반문’으로 분류되는 것도 아니다. 사실상 문 전 대표의 의견이 관철되는 구조라는 얘기다.

국회의원 분포도 비슷하다. 지난해 4·13총선 결과 당내 121명 의원 중 70∼80명이 친문 의원으로 분류된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은 문 전 대표가 될 것이라는 논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게다가 19대 국회에서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웠던 의원 대부분은 국민의당으로 이탈했다. 당 내부에서 문 전 대표 측을 견제할 세력이 급속도로 약화된 상황이다. 대선을 앞두고 친문 진영으로 재편된 지도부와 ‘친문 득표력’이 화학적 결합을 이루면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문 전 대표가 2015년 역점적으로 추진한 ‘10만 온라인 당원’ 상당수도 경선에서 문 전 대표에게 우호적인 세력이 될 것이란 평가다. 현재 민주당 권리당원 20만명 중 60% 정도가 친문 진영에 우호적인 것으로 평가되며, 2015년 이후 온라인으로 입당한 온라인 10만여 당원 가운데 상당수가 문 전 대표 지지자로 분류된다. 문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의 이른바 ‘문자 공격’도 이들 중 일부가 주도하고 있다.

물론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계산법은 조금 다르다. 친문 득표율이 55% 정도인 만큼 ‘5% 승부’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문 전 대표의 경선 득표율을 5% 이상 끌어내리면 ‘결선투표’에서 대역전이 가능하다는 계산법이다. 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과반을 득표, 결선투표를 무산시켰다. 하지만 이번에 결선투표가 실시된다면 ‘문재인 대세론’을 흔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8일 “이 시장 지지자가 문 전 대표 지지로 옮겨갈 가능성은 낮다. 결선투표가 이뤄지면 승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