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트럼프가 트윗 날릴 큰 투자계획 내놔라”

입력 2017-02-08 18:09 수정 2017-02-08 20:40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국 기업에 ‘트럼프가 트위터에 올릴 만한(Tweetable)’ 대규모 투자를 독촉하면서 “조공 외교”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트럼프와 회담을 갖는 아베는 최근 일본 기업과 공공투자기관에 “구체적 투자 규모를 알려 달라”며 대미 투자를 압박했다. ‘트위터 정치’를 펼치는 트럼프가 언급할 만한 대형 투자를 성사시켜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아사히신문은 아베의 이 같은 행보에 일본 내에서 “조공 외교나 다름없다”는 질책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경제성장의 발판으로 삼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트럼프가 칼을 휘두르면서 ‘아베노믹스’가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본의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우리가 경영 계획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우리가 실제로 필요할 때 투자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아베는 이번 정상회담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3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시대를 돌파할 ‘작전’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미 일정엔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을 대동한다. 아사히는 “정치 경험이 풍부하고 공화당 내 평가가 좋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의 신뢰 구축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베는 미국에 협력하는 ‘저자세 외교’를 선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TPP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이었지만 “TPP의 T자만 꺼내도 트럼프에게 외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조언이 나오자 전략을 수정했다.

아베가 준비한 선물 보따리는 ‘미·일 성장과 고용 이니셔티브’다. 일자리 70만개를 만들고 향후 10년간 4500억 달러(약 515조7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건설 등 인프라, 에너지 분야 공동사업안과 함께 일본공적연금펀드(GPIF)의 국제 인프라 채권 투자 방안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는 이날 ‘2016년도 무역통계’를 인용해 대일 무역적자가 689억3800만 달러(약 79조1063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중국에 이은 2위 규모다. 도쿄신문은 트럼프가 정상회담 중 무역 적자 규모를 거론하며 일본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백악관은 이날 두 정상이 회담 후 미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을 타고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트럼프 소유 마라라고 리조트로 이동해 골프 라운딩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숀 스파이서 대변인은 “양국의 우호적이고 굳건한 동맹, 긴밀한 경제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