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화재로 타버린 예배당 “참담한 심정에 눈물도 안나와”

입력 2017-02-09 00:01
지난달 19일 발생한 화재로 타버린 전남 강진 칠량중앙교회의 내부.

지난달 19일 밤, 전남 강진군 칠량면 칠량중앙교회 공현섭(64) 목사는 새벽예배 설교 준비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여느 때와 같은 밤이었다. 단잠에 빠진 공 목사가 매캐한 냄새에 눈을 뜬 시각은 새벽 3시. 사택이 연기로 가득했다. 놀라 문밖으로 뛰쳐나온 공 목사의 눈에 들어 온 것은 시뻘건 불길이 집어 삼킨 교회 예배당이었다.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지만 허사였다. 특히 교회 지붕의 불길은 맹렬했다. 겉 표면은 플라스틱판에 내부는 목재로 채워진 샌드위치 패널로 이뤄진 탓이었다.

얼마 후 소방차가 도착했고, 소방관들이 화재진압에 나섰지만 건조한 날씨에 바람이 세차게 불어 진압이 쉽지 않았다. 불은 오전 8시가 다 돼서 꺼졌다. 교회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공 목사는 주저앉고 말았다. 본당 안은 어둡고 컴컴했다. 십자가, 강대상, 의자, 피아노 등 148㎡(45평) 남짓한 예배당 안의 모든 것이 타버렸다. 조사결과 화재의 원인은 교회 유아실에서 생긴 누전이었다.

공 목사는 8일 전화 통화에서 “손을 댈 수 없어 방치하고 있다. 암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 목사는 늦게 목회의 길에 들어섰다.

“이전에는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서 일했습니다. 일이 고됐지만 신앙생활을 하며 견뎠지요. 당시 다니던 교회 목사님께서 ‘예수님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며 목회자의 길을 가볼 것을 권하셨습니다. 대학교육을 받지 못했던 터라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공 목사는 기도 끝에 결심을 하고 공부에 매진, 43세에 경기도 광주 서울장신대에 입학했다. 이후 장로회신학대 목회연구과정을 거쳐 51세에 목사 안수를 받았다.

“안수를 앞두고 하나님께 ‘어디로 보내시든 순종하겠다’고 기도했습니다. 농어촌교회를 섬겨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더군요.”

2005년 공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소속인 칠량중앙교회에 목회자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주저 없이 자원했다. 주민 대부분이 70∼80대 노인들로 이뤄진 농촌마을의 미자립교회였다. “감사했습니다. 단 한명이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할 대상이 있다면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목회자의 사명이니까요.”

동네 어르신들이 필요할 때마다 손수 차량을 운전해 모셔다 드리는 등 섬김을 통한 목회를 이어갔다. 교회의 평판도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 그렇게 12년간 이어온 공 목사의 사역은 화재로 인해 위기를 맞았다. 화재 이후 칠량중앙교회 성도 30여명은 식당으로 사용하던 공간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공 목사는 “너무 참담한 심정이라 눈물도 안 나온다”며 “매일 하나님께 긍휼히 여겨 달라며 기도할 뿐”이라고 말했다(061-432-7703).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